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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뚱이 Jun 25. 2021

586 꼰대론에 대하여

- 말도안 되는꼰대론에 저항하며...

나는 소위 586세대이다. 586 세대의 특징을 말할 때 상투적으로 민주화 세대니, 촛불 혁명 세대니... 이런 걸로 표현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586 세대는 '산업화 세대'와 'ZM 세대' 사이의 낀 세대, '전통적 문화'와 '트렌디한 서구 문화' 사이의 세대, '권위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세대... 뭐 이 정도로 특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표현하다 보니 '낀 세대'라고 기술되어 다소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느낌이라, 나름 다시 좋게 표현해보자면 '다양한 개성들이 하나의 결집된 방향으로 모여 주도적으로 선진국가를 만들어 나가는 세대'라고 하고 싶다.(자화자찬인가...)




나는 우리 세대를 꼰대 세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상당한 불쾌감과 억울한 감정을 갖고 있다. (뭐, 여기에서 꼰대의 정의니 특징이니 따위는 별도 서술하지 않겠다. 궁금하면 위키백과를 참조하라). 나의 문제의식은 '꼰대 세대'라는 말 자체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나는 꼰대 문화나 현상적 측면을 지적해 보고 싶다.  


 먼저 직설하자면, '꼰대'는 어느 한 세대를 지칭할만한 단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40대~50대가 되면 소위 꼰대 특징이 나올 수도 있고, 또 사회에서 권위를 부여하는 특정 포지션이나 책임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도 나올 수 있다. 즉, 어느 세대나 그 세대의 성장, 발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 현상 중 하나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젊었을 때는 권위에 저항하였던 사람들이 중장년으로 접어들면서 자녀들이나 부하들에게 엄청 짜증나는 행동과 잔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이것은 40대 이후 특히 발달하는 전전두엽 기능때문일 수도 있는데(전전두엽은 의사결정과 판단을 담당함), 여튼 주로 이것때문에 꼰대라고 욕먹는다. 그러나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말이 많아지고 참견이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이들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 했던가. 

또,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갑질 대표, 사장... 무슨무슨 장들을 보라. 자료를 살펴보면 그들 중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있는 세대들은 586이긴 하지만 ZM 세대도 많다. 따라서 이것은 세대론 보다는 완장 효과로 해석해야한다. 완장을 채워주면 나타나는 권위의식이나 태도들... 이것은 나이를 초월하여 나타나는 부정적 현상 중 하나이다. 다만, 586 세대가 40대말 50대들이므로 아무래도 조직의 리더 자리(완장)를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비율로 보자면 사회 전체 세대들 중 완장 효과가 제일 많이 나타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꼰대 행동들은 대표적으로 무엇이 있을까?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SSKK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까라면 까라는 것. 정말 좋지 않은 행동들이다. 나처럼 반골기질이 투철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예전에 SSKK 꼰대질 하는 상사가 하도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하길래 그냥 그 자리에서 반론을 제기하고 사직서 쓰고 나온 기억이 있다)  


이러한 SSKK 현상은 586이라는 특정 세대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존의 기업의 리더십이나 조직문화에서 많이 거론되는 대표적인 부정적 현상이어서 수평적 조직문화와 창의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기업과 조직에게는 꽤나 큰 고민과 숙제이다. 


그렇다면 SSKK의 뿌리는 어디인가? 장유유서 어쩌고 하는 가부장적 문화의 조선시대에서부터 인가? 아니면 훨씬 더 올라가서 1만 년 전의 농경생활을 시작한 족장 중심의 신석기인들부터 시작된 것인가? 원래 약육강식의 DNA를 품고 살벌한 생존 전쟁을 치러왔던 진화론적 흔적인가?


SSKK 문화의 뿌리를 장유유서의 조선시대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선시대의 성리학은 철저하게 가부장적이고 hierarchy 중심이었으나 상호 간의 예를 중시하였기 때문에 지금 거론되고 있는 꼰대 문화와는 차이가 있다. 


16세기 중반 퇴계 이황이 기대승에게 보낸 편지를 보라. 그는 이기 이원론에 반론을 펴는 기대승에게 편지를 보내며 이렇게 말미에 쓴다. "참람하고 경솔하여 부끄럽지만 절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퇴계 이황 퇴계집, 천명 도설 심무체용 성학십도 답 기명 언, 탁양현 엮음) 


그때 퇴계 나이 59세, 기대승의 나이는 불과 30대 초반이었다. 자식뻘 되는 새파란 애송이 학자에게 평생을 걸쳐 쌓아 온 자기 전문분야에 누가 과연 빨간 줄을 쳐달라고 말할 수 있는가? 요즘 60대 교수님에게 30대 제자가 이런 식으로 도전했다가는 몰매 맞고 학계에서 쫓겨날 것이다. 조선시대는 '예'의 나라였다.


사실 SSKK 문화는 연대기로 봤을 때 훨씬 가까이서 찾아볼 수 있다. 즉, 거의 반 백 년간 우리 근대와 현대 사회를 지배해온 일제와 군부 독재 시대의 문화를 주목해보자. 군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상명하복이다. 이것이 없으면 전투를 할 수없다. 그러니 SSKK는 당연히 필요하다. 어디에서? 군대에서...


그런데, 군은 군대에서만 써야 할 SSKK 문화를 수십년간 사회에도 퍼뜨렸다.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30여 년간의 세월 동안 산업화 세대(60대 이후 어르신들)뿐 아니라 우리 586 세대들도 그 문화에 익숙해진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도, 회식자리에서도, 가정생활에서도 우리는 은연중에 이 현상을 드러낸다.(술자리에서 "위하여!" 하는 문화나 토론보다는 지시 중심 회의 문화 등) SSKK는 이렇게 일제와 군부 문화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우리 문화 전반에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꼰대 현상은 인간의 자연적인 권력 현상(포지션 파워의 부정적 현상)이나 문화적 뿌리(일제와 군부 문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지, 586 세대 전체에 프레임을 씌울 것이 아니다. 


우리 586 세대는 치열하게 살았다. 우리 부모님네도, 우리 조부모님 세대들도 당신들의 시대를 치열하게 견디고 살아온 분들이다. ZM 세대들도 지금 나름의 힘들고 고단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시대의 책임... 그것은 누구 한 세대의 책임도 아니고 수많은 개별자들.... 즉 지금을 살아내는 '나'들의 책임의 합이다. 니체의 말대로 우리는 그저 이 세상에 피투된 존재들이나, 의지를 갖고 주어진 환경을 살아 내야 한다. 아모르 파티!


PS : 이것이 또 하나의 꼰대질이 아니었으면...ㅎㅎ




- 2021. 7월 코로나 휴직을 앞둔 어느 날. 용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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