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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만걸 Sep 11. 2019

창의적 조직은 자율적이어야만 하나?

조직에서 전략적 금지 규정의 역할

"창의적인 조직에 금지 규정은 독인가?"

창의적 조직이라 하면 구글과 같이 규제보다는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조직이 떠오를 것이다. 구글은 엔지니어들에게 업무시간의 20%를 자신이 맡은 주요 업무 외에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 자율성을 주지만 다음의 4가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프로젝트를 즉시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프로젝트는 고객들에게 친숙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동참할 다른 직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프로젝트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프로젝트가 회사 내부의 성과목표를 충족시켜야 한다.
 구글은 지원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명시하는 전략적 경계를 통해 자유를 허용함과 동시에 전략적 방향과 무관한 프로젝트의 낭비를 막는다.(전략을 보는 생각. 로버트 사이먼스)




보통 직원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하는 것은 조직의 창의성을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조직이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의 전략적 경계가 명확해야 한다.
 

1762년에 설립된 영국 베어링스 은행은 20대의 젊은 직원(닉 리슨)에 의해 파산하고 단 돈 1파운드에 ING에 합병되고 말았다. 싱가포르 지점에 발령받아 싱가포르 거래소와 오사카 거레소의 닛케이 225 지수를 이용한 차익거래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던 그는 1995년 1월 17일 고베 지진 발생으로 닛케이 225 지수가 10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면서 2천만 파운드의 손실을 입었다. 그는 이것을 회사에 알리는 대신 자신의 비밀계좌에 감추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점점 위험한 투자에 손을 댄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 달리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보름 만에 손실액이 2천만 파운드에서 13억 파운드로 늘어났다. 결국 이 사실이 알려지며 베어링스 은행은 파산하고 만다.
 
이 사례는 ‘한 사람의 행위가 조직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조직에서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규정하는 것이 왜 필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략적 금지 규정은 취업규칙에 명시된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나열한 것과는 다르다. 이것은 단순히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보다 더 상위의 개념을 포함한다. 즉, 금지하는 행동들에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달성해 나가기 위한 경계를 명시하는 것으로 행동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아닌 회사의 전략적 의제에 집중하도록 창의성과 자율성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더 가깝다. 
 
그러나 금지 규정만 정의하면 조직을 경직시키고 리더의 일방적인 강요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장려 행동과 금지행동을 적절하게 정의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같은 지향점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 규정은 일반적으로 핵심가치에서 출발한다."

핵심가치 자체가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의 핵심가치는 하나의 단어나 짧은 문장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그것으로 구성원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내기가 어렵다. 때문에 행동 규정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하며 누구나 같은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핵심가치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장려 행동들을 최대한 많이 이끌어 내 보고 유사한 범주로 분류하는 과정을 통해 장려 행동을 6~7개 정도 정의해 본다. 그리고 그러한 장려 행동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 구성원들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금지행동을 3~4개 정도 정의하면 어렵지 않게 우리 조직에 맞는 행동 규정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과 함께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구성원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조직의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한 참여와 실천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야 하는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정의하는 것은 구성원들이 전략적 방향을 잡는 과정에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막아주고 이슈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위험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모험을 시도할 수 있는 적절한 경계를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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