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곳을 소개하는 일
대학교 3학년 때 입학처 소속 입학홍보대사 가이아(Great Ambassador in Ajou)로 활동을 했다. 14기 입학홍보대사로서 입시상담부터 각종 온·오프라인 홍보 활동을 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활동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입시설명회와 캠퍼스 투어였다.
특히 캠퍼스 투어는 모교의 상징색을 담은 코발트 블루의 유니폼에 8cm 구두를 신고 바른 자세로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한 번에 20명이 되는 학생들을 인솔하며 캠퍼스를 소개하는 활동이었다. 한 명도 소외되지 않게 눈맞춤을 하기 위해 심지어 뒤로 걸어 다니는 묘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물론, 수료 이후로도 후배 기수들의 땜빵을 요청할 때면 언제든 즐겁게 했을 정도로 재밌는 일이었다.
처음 수습 기수로 활동할 때는 주어진 대본에 맞춰 캠퍼스 투어를 진행했다. 건물 히스토리를 소개하고, 축제나 학생회관 대표 맛도리 메뉴 같은 정해진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100명이 조금 안 되는 학생들을 만나보며 느낀 게 있었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건 단순히 잘 짜인 건물 소개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대학생들이 진짜 어떤 경험을 하는지였다.
정식 기수가 된 이후로는 캠퍼스 투어 방식을 주도적으로 바꿨다. 모두 같은 대본으로 움직이다 보니 겹치는 동선 때문에 병목 현상이 자주 발생했고, 캠퍼스를 자유롭게 누비는 느낌이 부족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제 대학생들의 산책길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동시 운영 가능한 코스를 4가지로 만들어 가장 적합한 동기들에게 맞춤형으로 코스를 분배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예비 코스 1개를 별도로 구성해 내가 직접 담당했다. 동선이 다소 복잡하고 다른 팀 상황에 따라 건물을 여러 번 통과해야 하는 코스였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대응하는 게 더 재밌었다. 동기들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교내에서 가장 큰 학생회관 식당을 통과했던 투어였다. 캠퍼스 투어 후반부에 집결지 근처에서 병목 현상이 생겼는데, 나는 잠깐의 순간에도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었다. 그저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꽉 찬 식당 내부를 20명이 넘는 학생들과 새파란 유니폼을 입고 당당하게 통과하는 선택을 했다. 동기들 중 처음이었다. 아니, 사실 역대 첫 시도일지도 모른다. 학생회관 밖에서 동기들은 기겁했지만, 유니폼을 입은 나는 프로였기 때문에 매우 당당했다!
캠퍼스 투어가 끝나고 헤어지기 직전, 우리 조 학생들이 잔뜩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조가 제일 재밌었어요! 식당 들어가 본 건 우리밖에 없대요. 진짜 대학교 선배들도 많이 봐서 너무 신기했어요.
나중에 거기 있던 선배들하고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거죠?!
나의 작은 선택 하나가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나에게는 평소와 같은 반복되는 일인데,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첫 경험이 된다는 점에서 캠퍼스 투어를 사랑하게 된 순간이었다. (책임감은 덤)
지금은 아이포트폴리오에서 인사담당자로서 채용부터 노무까지 모든 인사 업무를 리드하고 있다. 사실 입학홍보대사로 시작해서 입학사정관으로 근무까지 했기에 대상만 다를 뿐 채용 파트 중 운영에 대한 부분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지금도 지원자 모집을 위해 애정하는 곳을 소개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행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하는 일의 본질은 같다.
지난 12월 5일, 아이포트폴리오 마곡 신사옥에서 두 번째 오피스 투어를 진행했다. 채용 프로세스 중 처우협의 과정에서 간단한 사무실 투어를 진행하지만, 본격적으로 참여자를 모집해 기업탐방 형태로 오피스 투어를 진행하는 건 마곡 신사옥으로 이전하며 처음 시도했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개발자 채용을 위해 SSAFY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첫 번째는 사옥 이전 직후라 '무사히 끝내야 한다'는 긴장이 컸다면,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옆에 붙어서 대화하는 느낌으로 우리 회사만의 사무 공간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실내인데 굳이 크게 떠들며 장악할 필요는 없으니까)
대학 때는 입학홍보대사로 캠퍼스 투어를 하며 공간과 공간 속 경험을 소개했다면, 이제는 인사담당자로서 오피스 투어를 통해 공간과 우리가 협업하는 방식, 추구하는 가치를 더 풍성하게 전달하고 있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그 본질은 여전하며, 이제는 좀 더 '우리'의 모습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설레는 일이다.
오피스 투어를 마치고 나서 뚜렷하게 든 생각이 하나 있다.
내가 속한 곳을 사랑하고, 더 큰 마음으로 나의 일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여전히 그 마음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
애정하는 곳을 소개하고, 그 안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은 따뜻한 마음.
두 번째 오피스 투어를 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스스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익숙하게 일하다 보면 잊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이고, 나에게 활력을 주는지 이번 오피스 투어를 통해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 마음을 다시 느끼게 해준 나의 회사와 동료들에게 가장 고맙고, 유독 빛나는 눈빛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SSAFY 교육생들에게도 고맙다. 심지어 이번에는 기업탐방을 담당하신 프로님도 너무 적극적이어서 사전 준비를 잘하지 못했다면 큰일 날 뻔했다.
다음 편에는 2분만에도 끝낼 수 있는 오피스 투어를 어떻게 20분을 꽉꽉 채워서 우리 회사의 스토리를 전달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