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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까 Apr 17. 2021

물비린내 나는 소녀들의
'처음' 이야기

<워터 릴리스>, 방자까의 영화 리뷰

셀린 시아마 감독의 <워터 릴리스>가 13년 만에 국내 개봉했습니다. 세상이 변하긴 변했나봅니다. 국내에 여성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과 배우를 응원하는 팬덤이 형성되고, 그 영향으로 감독의 전작들이 줄줄이 뒤늦은 개봉 소식을 전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워터 릴리스
Water Lilies

있는 대로 섹슈얼한 영화지만 어딜 봐도 성적 대상화는 없는, 전에 없던 '시선의 미학'을 선보인 여성 영화. 하지만 단순히 여성 서사라는 이유만으로 찬사를 받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워터 릴리스>는 스타일리시한 영화를 찾는 사람에게 선뜻 추천할 만큼 장면 하나하나가 감각적입니다. 어디 하나 '그냥 넣은' 장면이 없었죠.


짝사랑하는 '플로리안'이 내다 버린 쓰레기를 몰래 주워다 그녀가 먹다 버린 사과를 한입 베어먹어 보는 '마리', 첫 키스를 나누고 싶은 상대의 마음을 쟁취하기 위해 친하지도 않은 옆집 개를 끌고 나와 자연스러운 만남인 척 연기하는 '안나', 처음으로 조건 없이 자신을 기다려주는 친구와 한 침대에 누워 본능적인 이끌림을 경험하는 '플로리안'까지. 영화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와중에도 세 소녀의 감정선이 훅 와닿는 이유는 쓸모없는 장면 하나 없이 감각을 자극하는 장면들로 영화가 꽉꽉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늘 씨네21의 줄거리를 리뷰 하단에 적어넣는데요. 사실 이번엔 씨네21의 영화 정보보다 구글 영화 정보의 줄거리가 훨씬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파리 외곽의 한적한 시골 동네. 수중 발레부 부장 플로리안을 향한 15살 마리의 물비린내 나는 첫사랑이 시작된다. (출처: Google Play 영화)


젖비린내나는 소녀들이 태어나서 처음 겪는 감정의 변화구들이 싱크로나이즈드라는 소재를 만나 물비린내 나는 성장 스토리로 한데 묶인 작품, 그것이 바로 <워터 릴리스>입니다. 물에 풍덩 빠지고 나면 몸에 은은하게 배어버리는 물비린내처럼, 모든 게 처음인 세 소녀에게 사랑이란 건, 키스란 건, 교감이란 건 없앨 수 없는 은은한 물비린내 같은 거였겠죠.


'물비린내 나는 첫사랑'이란 표현보다 이 영화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 리뷰는 구글 영화 정보가 다 써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독은 시공간을 초월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핸드폰과 같이 시대를 특정할 수 있는 소품을 배제하고, 배우에게 유행을 타지 않는 의상을 입혔으며, 지역적 특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배경을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은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아직 셀린 시아마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톰보이>를 감상하진 않았습니다만, <워터 릴리스>를 보고 다짐했습니다. 앞으로 당당히 셀린 시아마 감독의 팬이라 말하고 다니기로요.


Summary

싱크로나이즈드 선수 ‘플로리안’을 본 순간 ‘마리’는 덜컥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플로리안’은 모든 남성의 선망을 받고, 남자들과 자유로운 관계를 맺는 것처럼 보인다. ‘플로리안’의 모든 것이 알고 싶고, 갖고 싶은 ‘마리’. 한편, ‘마리’의 절친 ‘안나’는 수영부 남학생 ‘프랑수아’와 첫 키스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 느끼는 사랑의 감정!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눈뜬 소녀들의 올 여름, 가장 거침없고 감각적인 드라마가 찾아온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셀린 시아마
출연: 아델 에넬, 폴린 아콰르, 루이즈 블라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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