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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까 Apr 17. 2021

나는 솔직히 이 영화에 반했다

<비밀은 없다>, 방자까의 영화 리뷰

오늘의 영화 리뷰는 한국영화를 제작하시는 분들께 던지는 한 마디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포스터 좀 예쁘게 만들어주세요, 제발요.
포스터 카피도 더 정성 들여 뽑아주세요, 제발!
다시는 포스터 보고 한국영화 거르는 일 없게요...
2016년에... 극장에서 봤어야 했어요, 이 영화는...


이상, 제 마음의 소리였습니다. 포스터만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저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적어도 100명 이상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포스터 보고 이 영화를 거른 장본인입니다.


비밀은 없다
The Truth Beneath

흥행을 위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극장으로 불러들여야 하는 제작사는 영화 정보와 사뭇 다르더라도 화제가 될 만한 비주얼을 포스터에 내세우기 마련입니다. 결국 포스터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영화라는 건 한 편의 예술 작품으로서 모든 영역에서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터 디자인부터 예고편까지, 영화를 아우르는 모든 창작물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궤를 같이 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영화를 보고 난 후까지, 관객이 영화의 전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개 시네필의 사적인 영화론을 주절주절 쏟아낸 이유는 세상에는 바보처럼 포스터만 보고 영화를 거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 바보는 놀랍게도 바로 접니다. 장담컨대 이 영화의 총 관객 수가 고작 24만 명에 그친 것엔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기획된 영화 홍보물 탓이 클 겁니다. <비밀은 없다>의 미장센과 메시지는 영화 홍보물들과 너무나 다른 결을 띠고 있었거든요. 안타까운 마음에 쓸데없이 사족이 길었습니다.




저는 상영 시간 내내 관객을 들었다놓는 색다른 미장센과 사운드의 활용,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여성 캐릭터들의 협연, 뻔한 소재를 뻔하지 않은 전개로 풀어내는 연출진의 역량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죠. 아니, 솔직히 반해버렸습니다. 30만 명도 안되는 관객 수로 극장에서 내려오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작품입니다.


한 마디로 <비밀은 없다>는 '딸이 사라지고 모든 게 달라졌다'라는 어딘지 모르게 전형적일 것만 같은 느낌의 포스터 카피와는 전혀 다른 전개의 영화입니다. 포스터만 봐서는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 서사를 지독하게 유지하는 작품이며, 손예진 배우의 광기 어린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죠.




손예진 배우의 연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거두절미하고 정말 그녀의 연기입니다. 이 작품은 흔히 스릴러 장르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사라진 자식을 찾는 어미의 여정과 그 모성애를 참으로 독특하게 풀어내는데요. 자칫 어색해보일 법한 낯선 플롯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손예진 배우의 연기입니다. 늘 보아왔던 익숙한 연기를 펼칠 것만 같았던 포스터 속 처량한 모습의 손예진 배우는 없었습니다. 딸의 죽음 뒤에도 서글피 울기 보단 광기 어린 집요함을 발휘해 비밀을 파헤치는 '연홍'만 있었을 뿐이죠.


딸 '김민진' 역을 맡은 신지훈 배우와 딸의 단짝 '최미옥' 역을 맡은 김소희 배우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서투른 연기도 역할에 딱 어울렸습니다. 연기 실력이 서툴렀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나이대의 학생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을 정말 잘 표현했다는 뜻입니다. 갑자기 영화 속에서 '진이와 옥이'가 토해내던 노래들이 듣고 싶네요.




영화의 제목이 개봉  수차례 바뀌었다고 합니다. <진이와 옥이>, <불량소녀>, <행복이 가득한 >, 그리고 <비밀은 없다>까지. <비밀은 없다> 다소 전형적이고 진부한 제목 같아 아쉽습니다만, 비밀을 파헤치는 '연홍'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어떤 제목보다도 <비밀은 없다> 찰떡인  습니다.


Summary

국회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선거를 보름 앞둔 어느 날, 그들의 딸이 실종된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애를 쓰던 ‘연홍’은 딸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선거에만 집중하는 ‘종찬’과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 홀로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딸이 남긴 단서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연홍’은 점차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유력한 후보, 사라진 딸, 15일간의 미스터리. 선거 D-15, 딸이 사라졌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이경미, 이미영, 김윤호
출연: 손예진, 김주혁, 김소희, 신지훈, 최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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