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 80% but, 임금 100% 유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2022년 6월 초, 영국에서 대대적 실험으로 시작한 주 4일제 근무제도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해당 연구는 산업군과 분야, 조직 규모가 서로 다른 70개 회사의 3,300여 명 직원에 대한 것으로, 임금을 줄이지 않은 채, 주 4일제로 근무형식을 변화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일자리 및 경제 관련 연구기관인 Autonomy와 4 Day Week Global, 옥스포드 대학, 케임브릿지 대학 등이 참여하여 해당 연구를 수행 중에 있으며, 연구는 2022년 12월 말 ~ 2023년 1월에 일차적으로 종료된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이 조사 및 관찰하고 있는 것은 비즈니스 전체 생산성에 대한 변화, 근로자들의 웰빙, 환경과 성별에 따른 차별 등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해당 연구조사의 최종 결과는 2023년 2월 이후 발표될 예정이지만, 이미 벌써 상당히 의미 있는 분석 결과들이 논의되고 있다.
1) 덜 일했음에도 생산성/생산량이 감소하지 않았다
2) 덜 일함에 따라 직원들의 웰빙이 나아졌고, 기업 수익이 오히려 증가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금, 영국의 70개 기업 대상 연구 결과는 한 마디로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매우 긍정적”이다. 주 4일제로의 변화 시도에 참여한 각 회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 86%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주 4일제 변화 시도가 긍정적이었고, 이를 계속 제도화하여 운영하겠다고 답하였다. 향후 주 5일제로 회귀하겠다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업무 시간을 줄임으로써 생산성(매출/수익 등)이 떨어지는 현상은 거의 없었다. 일부 조직 내에서 팀 간의 사회적 관계를 충분히 갖는 것에 대한 시간적 제약이 있는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업무상 생산성을 발휘하는 데에 필요한 관계십을 구축하거나 유지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해당 연구의 1차 결론이다.
사실 이 거대 규모의 파일럿 테스트에 참가한 많은 기업들이 초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갑자기 업무 시간이 20%가 줄어들었는데, 업무량은 변화가 없으니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오히려 증폭했던 것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기존에 하던 일들을 줄어든 근무 시간 안에 똑같이 해내야 했기에 여러 방법을 고심하고 모색해야 했다. 한 회사의 경우, 5분 이상 진행되는 모든 내부 회의를 강제로 금지하고, 고객과의 미팅 회의는 max 30분으로 셋업했으며, 각자 업무에 있어서 불필요한 방해를 주거나 받지 않기 위해 바쁘거나 대화하기 힘든 상황이면 빨간색으로 메신저와 캘린더를 입력하는 ‘신호등 시스템’을 도입했다.
비슷한 관점으로 ‘4 Day Week Global’ 기관에서 지난 6개월간 뉴질랜드, 아일랜드, 미국 등의 기업 33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주 4일 근무제 파일럿 테스트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해당 기업들은 생산성이 떨어지기는커녕 평균 8% 가량의 수익이 증가했으며, 직전 년도 동기간 매출 지표와 비교하면 평균 37.55%의 증가 수치를 기록했다. 번아웃과 직원의 피로도, 결근률 등 부정적인 지표는 감소하고, 웰빙과 업무만족도 등의 긍정적 지표는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다. 다만 해당 연구에 대해서는 영국의 파일럿 테스트 보다 더 면밀하게 참여 기업의 특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테스트 대상 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스타트업에 편중되어 있었다. 또한, 기업이 자발적으로 주 4일 근무제 파일럿 테스트에 참여하겠다고 한 만큼, 기업의 경영진과 리더십의 관점이 이미 주 4일제 운영에 상당한 관심과 함께 기울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스트 과정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되고 있음은 우리에게 생각해 볼 만한 인사이트를 전달해 준다.
벨기에의 경우 2022년 2월, 주 4일제 근무에 대한 보장 논의에 합의하며 공식적으로 법제화 하였다. 아이슬란드와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주 4일제에 대한 보장을 합법화한 국가가 된 것이다. 주 4일제를 보장하는 이 법률은 2022년 11월 21일부터 시행되었는데, 즉, 직원들은 본인이 원하면 급여의 삭감 없이 주 4일 근무제를 선택해서 일할 수 있다. 이는 공공영역 뿐만 아니라 사기업에도 모두 해당한다. 하지만, 이것이 일하는 강도나 업무량은 물론이고, 총 업무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는 5일간 매일 8시간씩 총 40시간 일을 하거나, 혹은 이것을 4일로 나누어서 매일 9.5시간씩 총 38시간을 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만 있지는 않다. 매일 일해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을 오히려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또한 시프트제(shift)로 일하는 근무형태의 경우에는 위 법제화 변화가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일 8시간씩 주 5일간 일해야 하는 한 가지의 업무 방식으로만 고착화되어 있다가, 새로운 업무 방식의 옵션이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더 나은 선택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2023년 1월부터 주 4일제 제도를 파일럿 테스트 시도하려 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United Kingdom이라 불리는 영국 내 국가이긴 하지만, 별도의 Government 정부기관을 가지고 있다. 영국은 크게 England, Scotland, Wales, Northern Ireland의 4개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때때로 영국이라 하면 England 만을 떠올리기도 한다.) 해당 변화 시도는 스코틀랜드의 집권당인 Scottish National Party가 주도하고 있다. 해당 정책의 골자는 업무 시간을 20% 줄이되 급여 수준을 별도의 삭감 없이 그대로 두는 방식이다. 벨기에의 경우와는 달리 실제적인 총 근무시간이 줄이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비즈니스 운영에 더 크리티컬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정부는 이에 대하여 참여 기업들에게 약 1천만 파운드 (한화로 160억원)가량의 예산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얼핏 보면, 정부기관에 의하여 정치적인 배경으로 진행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해당 변화가 정치적 표 몰이 이슈로 비춰지지 않는 이유는, 스코틀랜드 국민의 80% 이상이, 해당 정책으로 인해 더 나은 work and life balance가 이뤄질 것이라고, 이미 여러 조사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2015년에서 2019년까지 약 2,500명(전체 노동인구의 약 1%)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4년간 주 4일제 근무에 따른 변화를 테스트 했었고, 이에 따른 연구 결과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잘 안착시킨 사례로 꼽힌다. 이에 현재 주 4일제 방식의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도입하려는 국가들이 가장 먼저 벤치마킹 사례로 꼽는 국가이기도 하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86%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기존보다 일하는 시간이 단축된 방식의 업무 변화를 누리고 있다. 일자리와 경제 관련하여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영국 기관인 British think tank Autonomy와 아이슬란드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Icelandic non-profit Association for Sustainability and Democracy (ALDA)에 따르면, 많은 근로자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와 번아웃 등으로부터 해소되어, 더 나은 work and life balance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스웨덴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이슈가 결부되어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었고 2015년에 이러한 국가 단위의 테스트가 일부 시행되었다. 스웨덴의 경우에는 주 5일에서 주 4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하는 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임으로써 출근은 매일 하되, 일하는 누적 시간을 줄이려는 시도였다. 당시 해당 변화 시도가 거시경제 관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단축시간 근무 전환에 맞추어 부족한 시간의 인력을 더 확충하기 위해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였고, 이에 따라 고용률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당연히 인건비 역시 상승하였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정부의 재원 역시 부담이 되어 정치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되었다. 이에 의료계에서의 긍정적 피드백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으로 해당 정책이 안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웨덴 내 일부 사기업의 경우 글로벌 트렌드에 발 맞추어 주 4일제 전환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주간 근무시간(매주 34.2시간)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해당 시간을 더욱 줄이려는 압박에 놓여 있다. 독일의 사회과학 연구 조사기관인 Forsa Institute에 의하면 71%가 넘는 독일 근로자들이 업무 방식의 하나의 옵션으로 주 4일제 근무를 두는 것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근로자 뿐만 아니라 절반 이상의 기업들도 정부의 주 4일제 시책에 대하여 재정지원이 되는 조건 하에 긍정적이라고 답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기업들의 현재 현실은 이런 연구조사 응답하곤 조금 거리가 멀다. 독일 내에서 주 4일제 근로 운영을 시행하는 기업들은 거의 몇몇 스타트업에 국한되어 있으며 산업 전반에 이러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시도(trial) 그 자체로, 경험의 과정에서 발전이 있다.
반년 전, 해당 주제의 글을 썼을 때, 우리는 주 4일제라는 표상에 휘둘리지 말고 본질을 봐야 한다고 논했었다. 비즈니스 일하는 방식의 본질적인 변화와 혁신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면 주 4일제 변화는 그저 허울에 그친 껍데기 논의일 수 있다는 의견 역시 피력했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들의 주 4일제 변화와 시도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또 다른 인사이트가 있다. 바로,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변화를 성공적이라고 볼 것인가? 아니면 독일이나 스웨덴과 같이 여러 시도를 하지만 주 4일제의 안착이 사회 전반에 이뤄지지 않은 경우를 실패라고 볼 것인가? 두 경우 모두 성공/실패라는 이름으로 판단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계속해서 자국의 상황과 사정에 맞추어 개선하려는 노력이, 또 하나의 밑거름이 되어 더 건강한 사회 인력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든 경우가 하나하나 다 의미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6개월간 영국의 거국적인 주 4일제 테스트 결과에 대하여 일희일비 해석하며 휘둘릴 필요가 없다. 해당 제도는 한 기업의 내부 인력운용 방법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의 정치/경제적 상황과도 결부되어 있다. 그래서, 타국에서 진행된 연구나 사례를 그대로 접목하기도 어렵다. 다만, 우리가 여전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점은, 어쨌든 계속해서 더 나은 work and life balance를 위해 국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 4일 근무제도,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험 하나하나의 축적이 곧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 4 DAY WEEK GLOBAL (2022). https://www.4dayweek.com/
- CNN Business (2022). Global 4-day week pilot was a huge success, organizers say- CIPD, People Management (2022). Is the four-day week really working?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3년 1월호에 기고할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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