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industrial action
요즘 영국은 여기저기 파업이다. 규모 역시 상당하다. 대학직원, 교사, 공무원, 변호사, 우편노동자, 버스기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소방관, 철도기관사, 이민국 직원 등 직종을 막론하고, 공공부문이든 사기업 영역이든 파업(strike)의 바람이 거세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생산과 수익에 악영향을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 교사가 파업함으로써, 어린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맞벌이 부모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비싼 학비를 내고 해외에서 공부하러 온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수십일에 이르는 예기치 않은 파업은 해외에서 유학 온 학생들로 하여금 교육 서비스를 정당하게 받지 못한다는 불평/불만을 갖게 한다. 철도 파업의 여파로 비즈니스 출장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거나, 간호사 및 응급 구급대원의 파업에 따라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 때 받지 못한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대부분은 파업이라 하면, 일상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일자리를 이탈하거나 대규모로 시위하는 형태를 떠올린다. 그런데 파업의 개념을 고용주와 비즈니스에 반(反)하여 근로자/직원이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노동쟁의 행위는 여러 형태로 설명된다. 영국에서는 이 개념을 영어로, “Industrial Action”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유형의 노동쟁의를 포함한다. “Occupation of factories”라 해서 공장, 즉 근무지를 점유하는 행위도 있고, “Work-to-rule”이라 하여 주어진 최소한의 책임 업무만 하고 그 외의 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비즈니스 전체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경우도 있다. 또한, “Blue flu”는 다수의 직원들이 동시에 병가를 신청함으로써 비즈니스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여러 타입의 노동쟁의(industrial action)가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유형들 보다 파업(Strike)이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유형이긴 하다.
영국의 경우 18/19세기에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 이후부터 광범위하게 노동자 의식이 형성되어 1830~40년대부터 파업이라 볼 수 있는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이 있었다. 다만, 이와 관련된 공식적인 통계는 1890년대 들어 이루어지기 시작했는데, 특히 20세기 초, 유럽에서 발생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직후, 영국 정세가 매우 혼란해지면서 노동자들의 파업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이 중 전국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파업으로 기록된 것을 “The General Strike”라고 부른다. 1926년 당시, 석탄 광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150만 명이 넘는 인원이 9일간 파업을 함으로써, 약 1억6천5백만시간 이상의 업무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영국에서는 2010년 보수당 집권 이후 긴축 재정에 따른 국민보건서비스(NHS) 예산 감소,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유럽 출신 근로자들의 유출,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한 인력 부족 등이 겹치면서 전문 인력들의 근무 여건이 크게 나빠졌다. 예를 들어, 의료/간호 영역은 상당히 심각하다. 간호사 노조 파업은 2022년 12월에,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시행되었고, 올해 2월에 2차 시행되었다. 이들의 주장은 현재 자신들이 받고 있는 낮은 임금 수준이 생활 여건을 너무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이 간호사들이 환자에 대하여 내적갈등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나선 주된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12월 영국 물가상승률은 11%에 육박한다. 식료품 가격은 197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12월에 철도, 우편, 보건 등 공공 부문 종사자들의 전방위적 파업이 벌어진 데 이어, 2023년 2월에는 더 큰 규모의 파업이 진행 중이고, 추가적인 파업이 계속 예정되어 있다. 전국 124개 정부기관 소속 공무원 10만여 명이 3월 초에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고, 전국교육노조(NEU)도 2~3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파업에 나선다. 간호사 노조와 구급차 노조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3월 6일에는 두 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같은 날 파업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과 시민들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현재 영국 정부는 무분별한 파업을 방지하고 사회 기능을 유지하는 한편 국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파업규칙/법률(Strike Rule)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이는 공공 부문 노조 파업시 최소 안전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법안으로, 일부 필수적인 인력들이 파업 기간에도 계속 일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주요 분야는 공공의료, 교통/수송, 교육, 화재안전, 국경보안 등이 있으며, 고용주는 해당 산업에서 최소한의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필수 인력에 대하여 작업통지 명령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공지(notice)가 전달되었음에도 해당 직원이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파업에 동참하는 경우, 고용주는 그 직원을 부당해고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해당 법률은 최근 하원에서 근소한 표 차이로 통과되었는데, 이후 이 법률이 상원(귀족원)에서 통과될지 여부는 별개의 이슈이다. 게다가, 이 법안 자체를 강하게 비판하는 노동당의 기조를 볼 때, 법률 통과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파업을 지지하는 국민적 여론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1월에 영국 시장조사기관 YouGov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산업별로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1/3에서 많게는 2/3를 넘는 국민들이 파업의 정당성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있다.
1) 낮은 실질임금
급여가 올라도, 물가가 급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른다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든다. 급여는 증가하였지만,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구매력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의 관점으로, 현실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물가인상에 따른 생활고(苦)이다.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의 상승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11%가 넘을 정도이다. 특히 에너지 인상률은 50%가 넘고, 식료품 가격은 16%가 넘게 올랐다.
2) 근무여건 악화
현재 영국이 당면한 대규모 파업은 단순히 낮은 수준의 급여가 초래한 것 만은 아니다. 일하는 시간에 비해 업무량과 강도가 너무 센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인력이 부족한데 추가인력을 구하기는 쉽지 않으니 기존 직원들의 업무량과 강도가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오랜 기간 교육/훈련을 거친 이후에야 비로소 업무를 할 수 있는 변호사/의사/간호사와 같은 전문직의 경우,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3) 어려움의 근본적 이유 – 브렉시트(Brexit)
물가 인상이든, 파업이든, 현재 영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브렉시트의 후유증이라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의 어려움, 영국 내 불평등 이슈 등 원인이 될 만한 요인은 많은데, 왜 그 중에서도 특히 브렉시트의 여파라고 보는 것일까? 브렉시트 이후 많은 인력들이 영국을 떠나 본국으로 회귀하였고, 2년 여에 걸쳐 자국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다. 다시금 영국으로 돌아와 일을 하려고 해도 이제는 별도의 Work Visa가 필요한 데다가 물가인상 등으로 생활 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다보니 돌아오는 것을 꺼리고 있다. 더불어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식료품가게, 레스토랑, 펍(Pub, 대중술집)등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브렉시트 시행 이후 이제 만 3년이 지났는데, 앞으로 영국의 미래가 반등할 것인지 아님 더욱 악화될지,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용주 혹은 기업의 비즈니스 존속을 위해, 파업하는 직원들에 대하여 HR 측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첫 질문은 이것이다. “이 노동쟁의(파업) 행위가 합법적인가?” 본질적으로 파업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일단은 당장 발생한 파업에 대하여 비즈니스에 영향이 최소한이 되도록 대처하는 것도 우선 고려사항이다. 파업이 합법적이지 않은 경우, (예를 들어, 법에 정한 기한 이전에 미리 파업을 고지하지 않았다든지) 파업이라는 행위가 정당하게 인정되지 않으므로 고용주는 직원들로 하여금 근무지로 복귀하여 업무를 지속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과정에서도 면밀히 고려해야 하는 것은 직원들과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지난 영국간호사노조의 최대 규모 1차 파업에서 스코틀랜드 지역 직원들의 경우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업무 자리를 지켰다. 그 이유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임금 인상안을 가지고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려 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4개의 자치정부가 별도로 있다.) 게다가 파업 기간동안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일하는 직원에게 보상/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는 것도 고용주가 적극적으로 공정하게 대우한다는 인식을 전할 수 있다. 간혹 파업이 발생한 경우, 직원들에 대하여 감정적으로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임금과 혜택에 대하여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또 다른 방안은 전략적으로 생산성 증가를 꾀하는 것이다. 반복 업무나 자동화 가능한 업무를 기술의 힘을 빌어 디지털화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노동력에 대한 파업 및 위기관리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
파업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파업 자체를 방지한 기업들의 사례도 참고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GSK (GlaxoSmithKline plc)의 경우 최근 사측이 제시한 첫 번째 임금 인상안으로 교섭이 결렬된 이후, 직원들의 파업 참여 의지가 오히려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경영진 측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서, 급여의 인상안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입장을 더욱 고려하여 파업을 방지하였다. 급여의 인상을 결정한 주된 이유는, 기업 입장에서 인건비로 인한 비용 상승의 부담이 있긴 하지만, 파업을 방지함으로써 생산성이 감소되는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최대 통신사인 BT 역시, 생활비와 물가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교섭함으로써 파업을 막을 수 있었다. BT의 경우에는 현금 보너스를 일부 지급하였지만 현재 어려운 비즈니스 상황을 고려할 때, 직원들이 기대하는 수준까지 임금 인상을 제공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직원주식제도를 활용하여 자사주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리스크를 회사가 함께 감당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파업에 있어서 직원들이 요구하는 바는 명확하다. 무작정 임금을 올려 달라고 떼쓰는 것이 아니다. 물가 인상과 생활고로 인한 실질임금의 감소로 생활이 어려워지고 근무환경이 나빠지니 이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기업/조직에 요구하는 것이다. 이 경우, 파업으로 인한 근무일 손실을 막고, 더 나은 생산성을 위해 임금을 무조건적으로 인상할 경우, 이는 오히려 거시적으로 반복적인 물가 인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순환은 다음과 같다. 임금을 인상할 경우,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증가하고, 전체 손익이 줄어든다. 기업은 이에 따라 손익의 손실을 보전(방어)하기 위해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을 올린다. 그럼 또 다시 전체적으로 경제 물가가 인상된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급여가 올랐지만, 물가도 또 다시 마찬가지로 올랐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익이 상쇄된다. 오히려 상대적 손실/박탈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파업은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정당한 사회적 행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다. 기업과 근로자만의 관계로 풀어내는 것은 충분하지 않고, 거시적인 흐름과 변화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든 근로자이든 서로 상호간에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개선을 통해서 이를 장기적으로 방어하는 것도 필요하다. 즉, 물가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필요할 때,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을 올려서 수익을 보전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식으로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정세를 지켜볼 때, 영국이 현재 당면한 국가 전반의 파업 흐름이 쉽게 잠잠해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 나은 방향으로 결론지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참고문헌
- OECD Data. (2023). https://data.oecd.org/price/inflation-cpi.htm
- Office of National Statistics, UK. (2023). Data and analysis from Census 2021
- Deloitte Insights. (2022). Will growing wage pressures keep inflation high even when supply chain bottlenecks and energy pressures are resolved?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3년 3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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