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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진 Mar 16. 2023

HR Tech, 우리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HR Tech 도입의 적합한 시기라는 게 따로 있을까


경기가 침체될수록 기업은 지출을 줄이고 긴축하기 마련이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리더들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며, 더 나은 성과와 결과물을 창출해야 하는 일선 현장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3년 여 간의 전세계 코로나 이슈는 기업들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없이 테크 솔루션을 도입하고 활용할 수 밖에 없도록 불을 지폈다. 특히 HR에서는 *HR 테크 솔루션의 확장이 거세게 일어났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보상 및 행정 영역에서는 이미 이러한 기술 시스템이 활용되어 왔지만, HR의 다른 영역은 상황이 달랐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혹은 원격으로 일해야만 했던 상황에서, 채용, 교육, 커뮤니케이션, 리더십관리 할 것 없이 HR의 전 영역이 기술의 도움 없이는 어려웠다. 즉,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만들었다.  


* HR 테크 솔루션이란? HR Technology Solution. 이 글에서 말하는 HR 테크 솔루션은, HR에서의 필수 기능들, 즉 채용, 교육, 운영, 행정, 보상, 인력계획, 성과관리, 인사 데이터 관리 등의 영역을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화 혹은 효율화 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을 모두 총괄하는 용어다.




HR Tech 시장의 성장 추이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Statista가 2021년에 내놓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그림1 참조), HR 테크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세에 있으며, 2019년에서 2025년 사이의 시기를 감안할 때, 거의 2배가량 마켓의 크기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눈에 띄는 점은 스타트업의 성장세인데, 연평균성장률(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 지수를 보면, 기존 HR 테크 기업들의 성장률이 연평균 10.5%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비해, HR 테크 스타트업들의 성장률은 연평균 25.1%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스타트업의 확장과 시장 진입, 그리고 VC(venture capital)의 투자가 더욱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때 Statista 뿐만 아니라 많은 시장조사 기관들이 감안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2022년 금리 인상과 전세계적인 물가 인상,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같은 외부 환경 이슈였다.

[그림1] HR Tech 마켓의 성장 추이 (*출처: Statista, 2021)


2021년에 전망했던 바와는 다르게, 2022년에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인상이 일어남에 따라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HR 테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증가 추세가 역시 한풀 꺾였다. 폴란드와 영국에 기반을 둔, TechMagic은 Javascript 기반의 테크 회사인데,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HR, Marketing, Finance, Healthcare 분야의 테크 적용을 광범위하게 연구 조사하는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그 중, 2022년 말에 발간한 HR 테크 마켓에 관한 리포트를 보면, HR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규모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림2 참조). 그림에서 상단의 두 그래프는 미국 시장의 2021년 1월 ~ 2022년 6월 까지의 HR 테크 시장 투자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 하단의 두 그래프는 동기간의 유럽 시장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즉, 미국의 경우 금리 인상과 기타 여러 외부 상황 변화의 여파로 HR 테크에 대한 투자 열기가 감소 추이를 보인다. 반면, 흥미롭게도 유럽시장은 오히려 비슷한 수준 혹은 좀 더 상승하는 변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왼쪽 하단의 그래프는 유럽 지역에 있는 HR 테크 스타트업에 대하여 투자금을 유치한 금액의 총 액수를 말하는데, 2021년 대비하여 오히려 확연하게 올라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유럽 내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 간의 전쟁과 영국의 Brexit로 인한 정치적/경제적 이슈 같이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굵직한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HR 테크에 대한 필요성을 그만큼 더 간절히, 혹은 더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가 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림2] 미국 및 유럽, HR Tech 스타트업에 투자 변동 추이 (*출처: TechMagic, 2022)




Think (1) 조직 내 테크 솔루션 도입에 있어서 HR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Tech/software 활용에 대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의 기관 Software Path에 따르면, 2021~2022년 기준으로 HR Tech 도입을 이미 검토 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들 587곳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HR 시스템의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대략 평균적으로 15주가 소요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기간이 길고 짧음과 상관없이, 조직에 새로운 테크 솔루션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HR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기술의 활용으로 생산 라인을 빠르게 바꾸든, 의사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채널을 신설하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든, 이 모든 의사결정에서 ‘직원(employee)’은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직원들이 겪을 변화와 영향에 면밀하게 대처해야 하는 HR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다. 이것이 바로 조직/기업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HR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직원의 의견이나 관점을 반영하지 않고 도입한 기술은 조직 내에서 배척당하기 쉽고, 활용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돈과 시간 낭비, 그리고 직원의 업무 몰입도만 낮추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Think (2) 조직 내 테크 솔루션 도입은 Top-down이 아니라 Bottom-up이어야 한다


테크 솔루션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측면을 담당하는 팀 (예를들어 IT팀)과 HR 간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한 쪽 만의 활동으로는 성공적인 테크 솔루션 도입과 안착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 이러한 도입의 의사결정은 경영진 레벨에서 하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현장에 있는 일선 직원들의 의견과 경험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부분 비즈니스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시작점은 고객과 최접점에 있는 현장이므로, 이러한 일선 직원들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향후 기술 솔루션 도입에 있어서 제대로 활용되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핵심 잣대가 된다. 이 과정에서 HR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집하는 것 정도에 역할이 그쳐서는 안 된다. 향후 기술의 도입은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고려한 관점으로 기술 도입 의사결정 과정에서 계속 비판적으로 견지하고 가능한 접점을 제시해야 한다. 




Think (3) 테크 솔루션에서의 ‘솔루션’은 ‘Solution(해법/정답)’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테크 솔루션’은, 해당 용어가 일반 명사화 되어 있을 정도로, HR 분야에서의 기술을 활용하는 유무형의 소프트웨어를 모두 통칭한다. 하지만 이 솔루션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제-정답으로 이어지는 솔루션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만약 테크 솔루션이 정답으로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는 곧,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솔루션을 도입하면 문제가 즉각 해결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 흔히 채용 영역에서 기술 활용의 매력적인 모델로 여겨지는 AI 면접의 경우, 이 솔루션의 목적은 무엇일까? 만약 채용을 통해 더 나은 지원자를 선발하고자 한다면, 이 솔루션의 도입은 해당 기업에 더 나은 지원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정답’의 역할을 할까? 만약 기업에서 직원들의 목소리를 더 잘 수집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높이고자 한다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HR 테크 솔루션의 도입은, 위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주는 ‘정답’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테크 솔루션은 조직 내 문제가 아주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을 때 비로소 ‘솔루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테크 솔루션은 조직 내 문제가 정말 문제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도구’일 수도 있다. 솔루션이라는 용어를 쓴 다고 해서 수학 문제 풀 듯, ‘도입하면 바로 해결되는’ 정답은 아닐 수 있음을, 비판적인 관점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Think (4) 그렇다면 테크 솔루션은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가


이 주제의 답은 인텔, IBM, MS, 애플과 같은 테크 기업의 핵심기술 개발 부서에, ‘인류학자’를 의도적으로 채용하는 것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테크 솔루션의 시작 지점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어떤 사람일까? 이는 고객이 될 수도 있고, 직원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사람이 되었든, 핵심은 그 사람의 내면, 즉 니즈와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이 본질의 시작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에 언급했듯, 주요 기술 기업들이 사회 문화와 인간의 행동 패턴 등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를 마케팅이나 세일즈, 리서치 팀이 아닌, ‘기술/소프트웨어 개발 부서’에 채용하는 상황이 명료하게 설명된다. 기술을 어떻게 잘 개발하느냐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이를 실제로 사용할 사람의 니즈와 내면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저 한낱 기술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 내 기술개발을 하는 곳 뿐만 아니라, 기업에 테크 솔루션을 공급하는 솔루션 업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테크 솔루션 서비스를 위해 프로덕트를 개발하거나 이를 적합한 기업을 찾아 세일즈하거나 하는 모든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되는 것은 해당 기술이 얼마나 뛰어나고 발전되었느냐는 점이 아니라, 해당 기술의 성숙도 여부와 상관없이 고객이나 직원의 니즈를 얼마나 건드리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기술이 혹여 덜 발전되었더라도, 이는 도입 이후 테크 솔루션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개선하고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Think (5) HR 테크 솔루션은 어느 방향을 향해야 하는가


적어도 기술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기술이 아닌 사람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하는데, 그 중 먼저는 그래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테크 솔루션의 시작 지점이 ‘사람’이라면 향후 나아가야 하는 방향점은 어떨까? ‘사람’에서 시작했으니 ‘기술’로 풀어내야 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의견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지만, 필자는 여전히 향후 바라봐야 하는 방향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공개된 글을 통해 특정 HR 테크 솔루션을 비판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종종 기업들이 면밀하게 수많은 검토 끝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HR 테크 솔루션을 도입했음에도, 혹은 어느정도 활용해가고 있는 솔루션이, 시간이 갈수록 활용도가 퇴색되어가다가 결국엔 수년에 걸친 투자를 눈물을 머금고 다시 자체적인 *on-premise 방식으로 회귀하는 사례가 결코 드물지 않다. 이는, 우리가 적합한 테크 솔루션 도입 이후에도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테크 솔루션의 기술 자체를 더욱 발전시키고 더 나은 기능을 add-on 하는 것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쓸 것이 아니라계속해서 사용자 (고객이 될 수도 있고직원이 될 수도 있으며, HR 테크에서는 HR 담당자들이 될 수도 있다)의 니즈를 계속해서 파고들고 이해하는 데에 시선을 꼭 함께 두어야 한다


*On-premise, 온-프레미스 방식이란, 기업이 IT 서비스 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속칭 외부에 서버를 두고 시스템을 활용하는 클라우드 방식에 대비되는 개념이며 데이터 및 시스템의 전부를 기업 내부에 두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개발 및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Think (6) HR 테크 도입 과정 중에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조직/기업에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셋업하는 테크 기술이 무엇이냐에 관계 없이,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담당 팀은 (HR팀이든, IT팀이든, 혹은 두 부서의 일부가 합쳐진 태스크포스(TF)이든, 조직에 영향을 받을 직원들 전부를 함께 고려하고, 이들의 의견이 원활히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과 국가를 막론하고, HR 테크 시장의 경우, 간혹 일부 마케팅 측면이 너무 부각된 나머지, 혁신적인 솔루션의 키워드 하나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테크 솔루션의 세일즈와 도입 단계까지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정착하고 지속되는 과정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즉, 직원들의 일부를 따로 선별하기 보다는, 전체 직원의 핵심 가치를 고려하여 도입 과정부터 계속 투명하게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시적 유행(fad)에 대한 경각심과 크리티컬 마인드의 필요


요즘 HR 분야에서 쉴 새 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기술(technology)이 하나같이 무섭다. HR 테크 분야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에 불어닥치고 있는 기술 활용으로, 특히 최근 OpenAI에서 개발한 *"ChatGPT” 이슈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우리가 기존에 이미 많이 경험했듯이용어가 단기간의 buzzword(유행어)로 그칠지아니면 generalised term(일반화된 용어)으로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하지만적어도 새롭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혹은 고객들의 관심과 환심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장기적인 관점과 방향에 대한 고민 없이 이리저리 널뛰기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기술(테크)의 본질은 무엇인가. HR 테크 솔루션의 본질은 또 무엇인가분명히 유용하고 활용도가 높은 수 많은 유의미한 기술들을 제대로 활용하고이를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다시금 본질에 대한 고민이 꼭 수반될 수 밖에 없다


*ChatGPT는 OpenAI에서 개발하고 2022 년 11월에 출시된 인공지능 챗봇 (AI-chatbot) 이다.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언어를 가리지 않고 수준 높은 답변을 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경각심과 동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23년 3월 15일을 기점으로 출시된 다음 버전 모델인 GPT-4는 기존보다 더 넓은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이고 있다.




*참고문헌

- Software Path (2022). HRIS Software Report in 2022. 

- TechMagic (2022). HR Tech market state. TechMagic Report.

- CIPD (2022). The biggest HR technology trends of 2022. People Management UK. 

- Statista (2021). HR Tech. A Statista DossierPlus on The Original Market for Digitalized Human Resources Solutions.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3년 4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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