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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nalytics World 2025 리뷰

피플 애널리틱스 월드 2025 컨퍼런스 in London 리뷰

by 이재진

매년 4월말 영국 런던에서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피플 애널리틱스 컨퍼런스인 People Analytics World 가 열린다. 11년째 열리다보니 매년 비슷한 내용과 참석자들의 모임일 것 같지만, 여전히 매번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올해는 특별히 한국에서도 몇몇 분들이 직접 컨퍼런스 참여를 위해 발걸음을 하였다. 여전히 피플 애널리틱스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이 컨퍼런스에서 올해는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최근의 피플 애널리틱스 트렌드도 살펴볼 겸, 컨퍼런스에서 다뤄졌던 몇가지를 함께 리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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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Business Transformation and Innovation through People Data and AI


이번 컨퍼런스는 “Driving Business Transformation and Innovation through People Data and AI”라는 주제로 총 3가지의 트랙 (Strategy, Innovation, and Experience)으로 이틀간 진행되었다. Strategy 트랙에서는 피플 애널리틱스를 조직 내에 어떻게 도입/안착시키고 비즈니스 가치를 드러낼 수 있게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션들로 이뤄졌다. Innovation 트랙은 피플 애널리틱스의 방법론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어떻게 더 혁신적으로 피플 애널리틱스의 활용을 분석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두드러졌다. 마지막으로 Experience 트랙의 경우, 피플 애널리틱스를 조직의 주요 전략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험적 사례 공유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에서 직접 런던까지 방문하여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한 HR 전문가 분의 말씀에 의하면, 한국의 컨퍼런스 발표와 달리 구체적으로 각 기업들이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덜 디테일해서 아쉬웠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 참가자들의 컨퍼런스 참여 목적은 “학습 과 배움”이다. 그렇다보니 발표자들의 사례 공유에 대해서도 향후 벤치마킹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듣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미권에서 이러한 컨퍼런스는, 물론 학습에 대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 무게중심이 압도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비즈니스 잠재적 확장이나 네트워킹, 그리고 같은 관심 주제에 대한 열띤 토론 등이 주를 이루다보니, 피플 애널리틱스 컨퍼런스를 바라보는 관점과 기대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어찌되었든 여전히 수많은 참가자들이 높은 가격(1,100파운드 - 약 210만원)에도 불구하고 북미와 유럽에서 이 컨퍼런스 참여를 위해 런던으로 모이는 것을 보면,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2025년의 주요 키워드: 스킬skill, 실행execution, 그리고 AI 인공지능 (특히 embedded AI)


작년(2024년)에 필자가 작성했던 피플 애널리틱스 월드 컨퍼런스 리포트를 읽었던 독자라면, 그 당시 꼽았던 세 가지 키워드를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2024년 당시 컨퍼런스의 세가지 주요 키워드로, 신뢰(trust), 민주화(democratisation), 그리고 공정성(fairness)을 꼽았었다. 신뢰trust는 HR에 대한, 혹은 피플 애널리틱스 팀에 대한 조직 내 직원들이 바라보는 관점으로, HR 및 직원 데이터 자체에 대한 신뢰 이슈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는 점에 기인한다. 두번째, 민주화democratisation는 데이터의 민주화로, 직원/피플 데이터에 대하여 직원들의 접근access를 보다 원활히 자유롭게 함으로써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조직 내 전체적으로 확산되게끔 하는 것을 의미했다. 세번째, 공정성fairness은 HR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함으로써 직원들의 인식 수용을 높이려는 시도들 (e.g. skill-based transformation)을 의미했다.


2025년 올해 피플 애널리틱스 월드 컨퍼런스의 세가지 키워드를 꼽으라면, "스킬skill", "실행execution", "내재된 인공지능 embedded AI"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번째로 스킬skill 기반의 HR/Organisation은 계속해서 피플 애널리틱스의 중요 아젠다로 다뤄지고 있다. 스킬을 통해 직원 데이터를 더 bite-sized(한 입 크기의 작은)로 접근하는 시도는 HRD뿐만 아니라 HRM과 조직 전략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컨퍼런스에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 중 Lightcast, Techwolf와 같은 회사들은 이러한 여정을 리딩하는 곳이다. Lightcast는 전 세계 노동 시장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여 교육 기관, 기업, 정부 등이 전략적인 인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TechWolf는 AI 기반의 스킬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제공하여 기업들이 직원들의 보유 스킬skill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전략적 인재 관리 및 내부 이동성(internal mobility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벨기에에서 시작된 HR 테크 기업이다. 두 기업중에, 특히 Lightcast가 한국 내 공개된 JD(Job Description)을 웹 스크래핑 하여 기존 글로벌 스킬 DB 서비스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으로 이미 확장한 상황임을 보면서, 한국 내 스킬 기반의 접근을 도모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메기 역할을 할 수도 있어 보인다.


두번째는 실행execution이다. 사실 이는 피플 애널리틱스를 수년간 진행해 온 대부분 기업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몇 년 간 피플 애널리틱스에서 분석(analytics) 수행과 관련된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분석 영역의 진입장벽과 문턱이 낮아진 게 사실이다. 이에 피플 애널리틱스를 전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있어서 구체적으로 또 계속해서 어떻게 비즈니스 가치(Business Value)를 증명해 내는가 하는 점이 초미의 관심사다. Merck, Microsoft, ASML, BP, IBM, ING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피플 애널리틱스의 기능 구축과 그 여정에서의 어려움과 해결방법, 교훈(lesson-learned), 구체적인 사례들을 논의했던 것들이 지속적으로 축적되어왔다. 그 결과 피플 애널리틱스의 궁극적인 지점, 즉 비즈니스 가치 창출 영역에서 실제로 어떻게 그 가치를 이해관계자(경영진, 직원, 노조, 정부기관 등)에게 전달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확실히 증가하였다.


세번째는 생성형 AI (Generative AI) 특히, embedded AI in HR이다. AI의 활용과 사례는 폭발적인 증가 추세로 볼 수 있는데, embedded AI in HR이라 함은 HR에서 AI를 내장함으로써 기존 HR의 기능과 활동 안에서 AI의 활용이 상시화 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AI의 주요 강점이자 특징으로 반복된 것의 패턴을 발견하고 자동화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기존 HR 기능에서 루틴하고, 행정적이고,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과업(task)들은 벌써부터 대폭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AI의 활용 사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를 반영하는 듯 인건비 절감 및 효율화에 우선적으로 집중되고 있다. HR 담당자의 인건비를 줄이는 관점도 마찬가지다. AI의 도입 및 활용을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꾀하여 더 나은 balanced life와 better performance를 위한 것인가, 혹은 불필요한 인력을 줄여 비용 절감을 모색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접근 철학과 그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러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HR 실무자를 포함하여 AI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가고 있는 이들은, 이제는 더 이상 고민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업무와 역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만 하는 때로 보인다.




주요 발표 사례1. Microsoft


여러 기업들 중 마이크로소프트(MS)는 “Leveraging Gen AI to Enable HR to Become a Data-Driven Function (Using AI to transform HR decision-making with data-driven insights)”이라는 주제로 실제 업무에서 MS의 Gen AI인 Co-pilot을 활용하여 Embedded AI in HR의 실제 사례를 보여주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Co-Pilot을 활용해 HR 업무 전반에 AI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내재화(embedded)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시연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HR 담당자가 직원 이직 위험 예측 보고서를 작성할 때, 과거에는 여러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수작업으로 분석하던 과정을 이제는 Co-Pilot을 통해 실시간 챗으로 “지난 6개월간 이직 위험이 높은 부서와 주요 원인을 알려줘”와 같은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관련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및 분석해 시각화된 인사이트로 제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출된 결과에 대하여 추가적인 소통을 통해 분석 결과 자료를 리포트화 하거나 또 다른 분석을 연이어 진행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웠다. 이러한 기능은 비정형 데이터(e.g. 인터뷰 텍스트, 설문 서술형 응답,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등 open-ended 형식의 답변 데이터)에서도 의미 있는 패턴을 추출해 인력 계획, 성과 관리, 직원 몰입도 향상과 같은 HR 주요 의사결정에 실시간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실 다른 기업들의 사례 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MS는 이러한 AI 활용이 단순히 일회성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단계별 도입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초기에는 소규모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AI의 효과성과 신뢰성을 검증한 후,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 전반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발표에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품질 문제, 직원 데이터의 프라이빗 이슈, 윤리적 고려사항, 그리고 경영진과 직원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까지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공유되었다. MS의 발표 사례는 HR 부서가 AI 기술을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전략적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핵심 기능으로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주요 발표 사례2. ING


ING는 네덜란드에 본사로 둔 글로벌 금융 기업으로, 피플 애널리틱스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량 개발과 문화 전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ING는 지난 1년간 HR 조직을 “데이터에 관심은 있지만 활용 역량은 부족한(data-curious)” 상태에서 “데이터 활용에 능숙한(data-fluent)”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과정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성공사례 관점의 아웃풋 외에 lesson-learned에 대한 공유도 있었다. ING는 “People Analytics Academy”를 자체적으로 설립하고, HR 담당자들이 실질적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온라인 학습 모듈, 오프라인 워크숍, 실습 과제, 그리고 후속 피드백 세션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방식을 적용해, 다양한 직급과 지역에 맞춤형 학습 경로를 제공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발표에서는 HR 실무자가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이를 경영진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시연했다.



ING의 People Analytics Academy 사례에서 핵심 역할(role)을 하는 직무는 “Analytics Translator”라 불리는 중간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이들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HR 실무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비즈니스 밸류 창출을 위한 협의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데, 다음의 다섯가지 스킬에 포커스를 맞추어 data-fluent 조직으로의 변모를 위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 Consulting

· Manage and influence stakeholders

· Data interpretation

· Develop actionable recommendations

· Storyt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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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는 또한 조직 내 데이터 리터러시 확산을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인재 프레임워크와 역량 맵(Capability Maps), 신규 인재 채용 전략과 긴밀하게 연계시켰다. 이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실제 업무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HR 전반에 자율적이고 지속적인 학습 문화(Self-reinforcing Learning Culture)가 정착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단순히 교육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멘토링(Reverse Mentoring)’을 도입해 젊은 데이터 전문가들이 경력직 HR 리더들에게 최신 데이터 활용 방법과 사고방식을 전파하도록 한 점이다. 이러한 문화적 접근과 정교한 ROI 측정 체계를 통해 ING는 데이터 기반 HR 전환의 상업적 성과를 효과적으로 입증하며, 지속적인 투자와 경영진의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5년 6월호 기고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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