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HR에 던지는 질문들: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을 중심으로
영국의 아침 뉴스는 매일 이스라엘-이란 간의 무력 충돌 이슈가 장식하고 있다. 3년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전쟁의 때를 떠올린다. 유럽의 북동쪽 지역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 그리고 유럽 동쪽의 끝자락 - 중동지역에서 발발중인 이스라엘과 이란 사아의 미사일 전쟁 소식은 영국을 포함한 많은 유럽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옛 말에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다는 것 마냥, 다른 국가의 싸움이 어찌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는 수준이 전혀 아니다. 이 전쟁은 즉각적으로 혹은 조만간 우리의 일상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 우크라이나 사태 때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 이슈로 영국을 포함한 유럽 지역에 전기료의 갑작스런 인상 등 에너지 난리가 났던 것처럼,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중동 지역 분쟁은 석유의 가격에 불안정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석유와 관련된 모든 산업에 예기치 않은 불안정성을 가져온다는 것을 뜻한다.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먼 나라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국경이 무의미한 글로벌 무역과 여행, 실시간 소통의 세상에 살면서, 이러한 나라들의 급변하는 소식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 그리고 개인의 삶에도 궁극적인 변화를 줄 것이다.
2025년 6월 16일 기준으로,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고, 유럽 동부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3년째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 난민 유입과 국경 통제 강화, 사이버 안보 위협의 고조 등으로 인해 전 세계 기업들은 이들 전쟁이 야기하는 다층적 충격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인사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의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노동력 구조, 인재 확보 전략, 조직문화, 윤리적 고용 기준, 디지털 인프라 등 다양한 차원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 이란 전쟁이라는 두 개의 현재 진행형 사례를 중심으로, 전쟁이 영국과 유럽 기업들의 HR 전략과 실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한국의 HR 실무자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중동 지역의 핵확산 방지를 위한 미국과 이란의 6차 협상 회담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기습 공습이 이루어졌다. 핵 관련 시설과 주요 핵심 인사들을 타켓팅한 이 공격으로 이란은 국방부 총사령관을 포함한 고위 관료들과 핵 관련 과학자들이 다수 사망하였다.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 및 첩보기관 모사드의 사전 작전을 통해 주요 타겟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보하여, 목표로 했던 주요 인사들과 거점에 대한 집중 타격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하여 100여기의 공격형 드론을 즉각 출격시켰다.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 및 항공시설을 향해 10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직후 그림1과 같이 이스라엘 각지에서 아이언 돔이 이란의 미사일들과 요격전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방공망을 뚫은 이란의 미사일 몇몇은 텔아비브에 떨어져 피해를 발생시켰다.
모사드 (Mossad)는 이스라엘의 정보 및 첩보 기관으로, 해외 정보 수집, 테러 방지, 잠복 근무, 암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스라엘의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비슷한 기관이라 볼 수 있다.
아이언 돔은 영토 내 여러 거점에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한 뒤, 날아오는 목표물을 돔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 요격한다고 하여 '아이언 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일반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본토 공격을 99% 이상 막아낸다고 알려졌으나, 수백발의 동시 다발적인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일부 방공망이 뚫렸고, 이로 인한 이스라엘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계속해서 미사일 공격을 중심으로 한 무력 충돌을 일으키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쉽게 종지부 지어질 것 같지 않다. 이란의 공격 중단 제안에 대하여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지속적인 공격을 통해 핵 관련 시설의 완전한 파괴와 이란의 강경파 지지세력 및 정권교체 까지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에 이어 이번에 이스라엘 – 이란 무력 충돌이 발발하면서, 유럽 지역으로의 이동은 매우 가혹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아래 그림과 같이 일반적인 항공기들의 이동 노선이 두 지역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경유해 감에 따라 이동 동선이 상당히 길어지고 있다. 해당 캡쳐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주요 항공기들이 우크라이나 지역와 이스라엘/이란 지역을 회피함으로써 기존 루트를 돌아서 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이러한 전쟁 발발 전에 한국 인천 – 영국 런던 사이의 항공 루트는 직항으로 대략 약 10~11시간 내외였지만, 지금은 14시간 이상이 걸리고 있다. 시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항공 연료 에너지, 그리고 그에 따른 환경 오염도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년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때를 먼저 살펴보자. 발발 이후 약 8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유럽 전역으로 피난하였으며, 그중 상당수가 노동시장에 유입되었다. 폴란드는 약 15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받아들였고 독일, 체코, 루마니아, 영국 등도 긴급한 이민 수용 체계를 마련했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 이동은 유럽 기업들에게 두 가지 상반된 과제를 제기했다. 하나는 노동력 부족의 완화라는 기회, 다른 하나는 언어, 문화, 제도적 차이로 인한 조직 내 통합의 어려움이다.
EU는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임시 보호 지위를 부여하고 노동시장 접근을 허용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영국 정부도 ‘Homes for Ukraine’ 스킴(Scheme, 제도)을 통해 피난민을 민간이 수용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에 따라 NHS(국립보건서비스), 건설, 물류, 농업, 헬스케어 분야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인력의 고용이 빠르게 늘었다. 2023년에 발간된 영국 정부 리포트를 보면, 한 NHS 병원은 우크라이나 간호 인력을 위한 언어 집중 프로그램과 직무별 오리엔테이션을 설계하여, 기존 인력 부족 문제를 일부 완화했다는 보고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들은 난민 고용 확대와 함께 onboarding 프로그램의 커스터마이징, 다문화 수용성 훈련, 심리적 안정 지원 프로그램 등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특히 전쟁 경험을 겪은 난민들의 경우 PTSD 등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 HR 차원에서 정서적 케어를 포함한 복지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은 중동 지역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내 다수의 첨단 기술 기업들이 전쟁 발발 이후 본사 기능을 해외로 재배치하거나, 고위험 지역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을 긴급히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사이버 보안 기업 Cybereason은 유럽 및 미국 지사 중심으로 업무를 이전했으며, 사내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즉각적인 원격근무 전환과 지역별 복무 가이드라인을 시행하였다.
전시 상황에서 HR은 기존의 업무지원 기능을 넘어, 직원 보호와 생존 기반 확보라는 보다 근본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HR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재난 대응형 리모트 근무 인프라 구축: 보안 수준을 강화한 VPN, 화상회의 시스템, 위기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마련
복무 유연화 정책: 고위험 지역 근무자의 임시 휴직 또는 타 지역 재배치 옵션 제공
심리적 지원 체계: 전쟁과 관련된 불안, 상실, 트라우마에 대응하기 위한 사내 상담 프로그램 및 Mental Health App 도입
위기 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 불확실성과 위협 상황에서 리더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매뉴얼화
이러한 조치는 특히 영국의 다국적 기업들에서 가시화되고 있으며, HR 팀은 전통적인 인사기능에서 벗어나 ‘위기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HR이 ‘위기 관리자’(crisis manager)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개념은 Dave Ulrich의 HR 역할 이론에서 유래된 해석이다. 1997년 발간된 그의 대표작, HR Champions (1997)과 이후의 HR competency framework 논의에서 HR은 단순한 행정적 지원 역할을 넘어서 전략적 파트너, 변화 촉진자(change agent), 그리고 조직의 신뢰 구축자(credible activist)로 확장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기 관리자(Crisis Manager)’라는 역할은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Ulrich 교수가 주장한 개념 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쟁은 HR 영역에서 윤리적 판단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영업을 중단하였다. 비즈니스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 외에도, 러시아의 태도를 규탄하는 관점도 있었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HSBC 등은 윤리적 기준을 근거로 지사 폐쇄 및 사업 철수를 결정했으며, 남겨진 직원들에 대한 해고 수순을 두고도 다양한 입장을 보였다.
영국 소재 글로벌 기업들은 현지 직원 보호를 위해 퇴직 수당의 확대 지급, 재취업 지원, 심리적 상담 제공 등의 조치를 취했고, 일부 기업은 해당 국가에서 철수하더라도 일정 기간 급여를 유지해주는 'transition period salary'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는 단지 법적 의무를 넘어서 기업의 윤리와 명성(reputation) 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EU 내에서는 난민 및 전쟁 피해자의 고용을 ‘윤리적 고용’(ethical employment)의 일환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ESG 기준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HR 정책이 단지 비용 효율성만이 아닌, 사회적 책임의 실천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전쟁은 국경을 초월한 영향을 미친다. 여전히 휴전(休戰)중인 우리 나라의 경우, 앞서 논의한 관점들을 바탕으로 다음의 세가지 HR 전략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첫째는, 위기대응형 인사 프로토콜의 정비를 하는 것이다. 전쟁, 팬데믹, 자연재해 등 예기치 못한 외부 위협에 대한 인사 전반의 대응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매뉴얼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다문화 수용성과 윤리적 고용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향후 국제 이슈로 인해 피난민 또는 외국인 인재 유입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하여, onboarding, 교육, 조직문화 측면에서의 수용성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셋째, 심리적 회복탄력성 관리 역량 강화이다. 한국은 고위험 근무지, 제조업 중심, 장시간 노동 등으로 인해 정서적 스트레스 요인이 큰 환경이다. 조직 차원에서 심리적 안전을 보장하고 회복력을 강화하는 HR 시스템이 중요하다.
우리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조직의 가치, 제도, 사람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HR은 이제 인사 행정을 넘어 조직의 생존 전략과 가치 실현을 주도하는 역할로 나아가고 있다. 전쟁이라는 외부적 환경 변화가 비즈니스와 조직, 그리고 직원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던지는 질문에,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주체는 바로 HR이다.
* 주요 참고문헌
- UK Parliament. (2023). Ukraine: UK visa schemes and migration. House of Commons Library Briefing Paper, No. 9473. Retrieved from https://researchbriefings.files.parliament.uk/documents/CBP-9473/CBP-9473.pdf
-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3). World report on the health of refugees and migrants. Geneva: WHO. Retrieved from https://www.migrationdataportal.org/sites/g/files/tmzbdl251/files/2023-09/World-report-on-the-health-of-refugees-and-migrants.pdf
- Rachman, G. (2025, June 16). How the Israel–Iran war may develop. Financial Times. Retrieved from https://www.ft.com/content/3a8d78b9-4923-4aef-a303-a0e973ef812d
*본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5년 7, 8, 9월호에 "War and HR" 시리즈로 기고한 글의 편집본 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제, 재배포가 불가하니 참고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