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고찰
*해당 글은 2026년3월21일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시점에 따라 전쟁 상황이 일부 바뀌었을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를 개시하며 이란을 공습했다. 이란의 핵시설 완전 파괴와 반정부 세력 지원을 명분으로 내건 이번 작전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 간의 갈등이 마침내 전면 충돌로 폭발한 것이다. 공습 당일 테헤란 도심에서는 강력한 폭발이 연이어 울렸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반격에 나서 걸프 지역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발이 넘는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쏟아냈다. 전쟁 발발 3주가 지난 현 시점에도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민간인 사상자와 군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중동 및 걸프지역의 주요 항공사들 - 카타르, 에미레이트, 에티하드 항공도 해당 지역의 운항을 전면 중단하는 등 항공 대란도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있는 대학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체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예측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동 지역은 물론이거니와 중동을 지나쳐 이동하는 여정에 대하여도 가급적이면 중단/취소 혹은 연기하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 상태로 몰아넣는 '에너지 인질' 전략으로 맞섰고,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25% 이상이 통과하는 이 요충지가 막히면서 국제유가는 공습 직후 40% 이상 치솟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 사태를 가리켜 “역사상 가장 심각한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라 표현하기도 했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전쟁은 매번 무언가를 바꿔 놓았는데, 이번엔 무엇을, 어떻게 바꿀까?” 약 4년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했던 당시,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했던 HR 이슈는 “난민 및 일자리” 관련된 것이었다. 유럽대륙 동부에서 수많은 망명/피난민이 서쪽으로 향하면서 폴란드, 독일, 프랑스, 그리고 바다 건너 영국까지 많은 사람들이 삶의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중동은? 아무래도 가장 핵심은 “에너지” 이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의 발언은 그냥 단순 경고가 아니다. 실제로 유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유가 충격과 에너지 위기가 지금의 조직과 기업, 비즈니스, 그리고 HR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수년 전, 전 세계가 경험한 코로나는 의도치 않게 많은 기업들에 대하여 재택근무로의 변화를 가져왔다. 아무도 계획하거나 의도하지 않았지만, 대외적인 위기 속에서 기업과 정부기관들은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상당 수 사람들은 재택근무에 적응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하이브리드 워크 그리고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물론 오피스 사무실로 회귀하여 업무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코로나 시기 이전에 비하면 지금은 코로나가 종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로 하이브리드 워크 혹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예를들어 미국의 경우 노동통계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미국 민간 부문에서 주로 재택으로 근무한 비율은 6.5%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약 3,260만 명의 미국인이 원격으로 근무하였는데, 이는 전체 노동인구의 약 22%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Working From Home Statistics UK 자료를 보면, 코로나 이전에 영국 내 원격근무 비율은 약 10%에 불과했지만, 작년 자료를 보면 2025년 기준으로 약 42% 수준이 하이브리드 혹은 재택근무를 하였다 (이 중 하이브리드 근무자는 28%, 완전 재택근무자는 14%).
그렇다면 지금의 미국-이란 전쟁은? 유가 충격과 에너지 위기는 전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필자가 살고 있는 영국, 그리고 독자들이 살고 있는 한국에도, 선택의 여지없이 생각해 봐야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에너지 위기에 따른 "비용 절감" 특히, 인력부분 일까? 그래서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방어적 대응이 필요한 걸까? 이 글에서는 최근 Fortune포춘지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 내용을 가지고 HR 관점에서 논해보고자 한다.
Four Day Work, 즉 주4일 근무제에 대하여는 영국 및 유럽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전에 여러 글에서 자세히 다룬 적이 있다. 그만큼 주 4일제 업무 방식은 유럽 및 영국에서도 오랜 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어 왔고, 또 여러 기업들이 여전히 시도하고 있는 HR 제도이기도 하다.
근데 지금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이슈는 아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이러한 주 4일 근무제를 강요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단의 포춘지 2026년 3월21일자 아티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유가 상승 에너지 이슈로 출퇴근에 따른 비용과 직원 및 기업들의 부담이 급상승하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 혹은 주4일 근무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코로나가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가져왔다면, 미국-이란 전쟁은 주 4일 근무제 혹은 재택근무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스리랑카, 필리핀, 파키스탄은 이미 연료 절약을 명분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이미 정책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호주에서도 정부 차원의 재택근무 권고가 나오고 있다. 수년 전 인재경영에 기고했던 글에서 다뤘던 주 4일 근무제는 복지 정책 및 인력 생산성 측면에서 논의했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관점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정부 및 기업들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다. 에너지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을 때, 물리적인 출퇴근 자체를 줄이는 것이 에너지 절감의 빠른 해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이슈로 차량 5부제를 실시하던 정부 정책처럼 말이다.
수년 전 코로나로 인해, 원격근무가 확산된 것은 기업이 계획했기 때문도 아니고, 스스로 원했기 때문도 아니다. 국가 전체가 당면한 위기로 인해 원격근무라는 실험적 제도를 시행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기업과 직원들은 새로운 업무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긍정/부정의 측면들을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도 반영하여 일부 기업들은 계속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운용하기도 했고,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근무 장소에 대한 자유가 회사 선택의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유럽 등에서는 오랜 기간 주 4일제에 대한 다양한 산학협력 연구와 시도가 있었지만, 그건 대부분 자발적인 시도였고, 지금의 한국 및 아시아 국가들은 상황이 다르다. 일단 에너지 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주 4일제, 또는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면, 그 경험의 과정에서 또 다른 업무 방식이 뉴노멀화 될지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가 장기화 된다면, 또한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4일 만에 기존 5일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증명된다면, 장기적으로 주 4일제에 대한 정책적 기조가 더 힘을 받을지 모른다.
이 시점에 HR이 생각해봐야 할 점들이 있다. 당장 주 4일제를 제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먼저 단기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시행할 것들이 있다.
1. 기업은, 그리고 HR은 직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가?
중동에 파견 직원이 있는 기업, 혹은 이란이나 걸프 지역 출신 임직원이 재직 중인 기업이라면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무언가의 조치를 취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시기에 경영자 및 HR의 침묵은 직원들에 대한 무관심이자 가장 좋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회사가 공지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높아진다. 일례로 필자가 속한 대학 조직에서도 미국-이란 전쟁 발발 다음날 즉각 총장 및 학장의 안전 관련 안내사항 공지가 조직 내에 회람되었다. 이 때, 조직 내에 전달되는 메시지에는 적어도 세 가지가 명확히 담겨야 할 듯 하다. 해당 기업/조직 관점에서 바라보는 상황 인식, 지원 방안, 그리고 필요한 경우 이후의 소통 시점이다.
2. 비용 충격 앞에서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비하고 있는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전쟁 발발 2주도 채 안 되어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이르면 영국, 유로존, 일본이 경기 수축에 들어가고 미국도 성장 정체에 가까워진다"는 시나리오 분석을 내놓았다. 해외 유가에 더욱 의존적이고 취약한 한국은 더할 것이다. 특히 수출입 기업의 경우 이러한 원가 충격이 오면 아무래도 내부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옵션으로 인건비를 들여다보게 된다. 당장 조직이 직접 컨트롤하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HR이 불확실성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인력에 대한 전략적 계획이 없다면, 향후 조직 인력 관점에서의 리스크를 키우게 된다.
지금의 미국-이란 전쟁이 금방 종식될지, 혹은 수년간 지속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변화가 잦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유가가 어느 시점에 안정될지 여부도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유가가 언젠가 안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번 위기가 촉발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인식, 그리고 일하는 방식에 대한 정부 기관과 기업들의 질문은 한동안 또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때처럼 말이다.
영국 내 인적관리협회인 CIPD는 미국-이란 전쟁 직후, 이미 이 위기를 '근무 방식의 전환점'으로 해석하기 시작하였고, 컨설팅 기관인 머서와 영국 더럼대학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팬데믹 때와의 유사성 관점으로 이미 연구 분석을 착수하였다. 한국은? 외교 및 관계적으로도 한국은 특히 이란과 가깝다. 원유 수입의 70%가 중동에서 오고, 강남에는 테헤란로가 있으며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다), 수만 명의 한국인이 중동 및 걸프 지역에 파견 근무 중이다. 무엇이 또 바뀔까? HR 입장에서는 그저 가만히 잘 지켜볼 때 라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시기로 보인다.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6년 4월호 기고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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