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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Feb 23. 2021

님들아 제발 담에는 이러지 마요.



지금부터 2021년 새해맞이 소개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1월 코로나가 극심하여 카페 이용에 제한이 있던 시기 새해부터 두건의 소개팅이 들어왔어요. 이번에도 역시 슷한 시기에 같이 들어온 거 보면 한해요.


두 분 다 카페 이용이 힘들지만 보자고 하더라고요. 페 이용이 힘든데 어떻게 보자는 걸까요. 식사보다는 커피 한 잔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카페 이용이 가능할 때 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했더니 그러자 하더라고요.


두 분이니 그냥 A님, B님으로 호칭할게요.  

A님은 코로나 완화되면 다시 연락하겠다 하고 설전에 연락이 와서 약속을 잡았어요. A님이 제시한 장소와 시간을 변경하고 싶었지만 모두 다 변경하긴 그러니 장소를 변경하는 걸로 했어요. 카페 위치가 조금 어중간하더라고요. 평일 퇴근 후를 선호하지만 장소 변경을 했으니 주말에 그냥 보는 걸로 했어요.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에 만났네요. A님과 소개팅 이야기는 B님 소개 후 다시 할게요.


B님은 카페 이용 가능할 때 자고  이후 거의 매일 카톡을 보내요. 그래서 부담스러워요. "날씨가 춥다. 날씨가 좋다. 새로운 하루 시작이다. 오늘 하루 파이팅해라." 등등의 안부 멘트와 한 번씩 부모님 세대서 주고받을 법한 멘트 적힌 사진도 함께 보내요. 대체 이런 사진들은 어디서 받는 걸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올드한 사진들을 말이에요. B님이 설 전후로 계속 '설끝나고 봐요'하면서 날을 안 잡길래 주말에 시간 되냐 물으니 3월 돼야 시간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관계가 부담스러워 만나고 말아야지 했는데 아직 더 유지해야 한다네요. 이건 아니지 않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주선자 분과 조금 어려운 관계라 꾹꾹 참고 있어요.


보지 않은 채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연락하는 것도 특이한데 카톡의 80% 이상이 파이팅하라 수고하라란 말만 하기도 쉽지 않을 거예요. 한 달을 연락했음에도 아는 건 직장과 집 위치, 퇴근 시간 이 세 가지뿐이네요. 한날은 퇴근 후 톡을 못 본 한 시간 사이 혼자 질문했다가 바쁘신가 보다 그리고 혼자 끝맺음의 멘트를 시간차로 보내 놓으셨더라고요. 알 것 같았어요. B님이 아직 혼자인 이유를 말이죠.   


오늘도 역시나 "파이팅하세요" 딱 6글자 보내셨네요. 눼눼 파이팅하고 말고요.

친구 왈 B님은 만나기 전부터 마이너스인 것 같다고 하네요. 오히려 A님은 가만히 있어 플러스인 것 같다고 말이죠.




B님에 대한 소개가 너무 길었네요. 다시 소개팅으로 넘어와 이야기를 해볼게요.

A님과의 약속을 위해 정해진 장소로 이동을 했어요. 차 막힐 오후라 여유롭게 출발해서 시간 내 도착했어요. 카페가 통유리로 되어 있으니 밖에서 실내를 스캔하기 좋더라고요. 왠지 저님이 A님일 것 같다는 느낌이 왔어요. 우선 확실치 않으니 자리 잡고 앉아있으니 도착했냐는 문자가 왔어요. 이번에도 역시나 전화한 통 없이 만남이 성사가 되었네요. 답을 하니 저님일 것 같았던 그분이 다가오시더라고요. 저분일 것 같다는 느낌은 거의 90% 이상 맞아요. 그래서 슬플 때도 있어요. 저 사람만 아니었으면 하는데 꼭 그분이 다가올 때가 있거든요.


먼저 커피를 주문하고, 인사를 나눴어요. 커피와 함께 조각 케이크를 주문하신 A님. (근데 초면에 조각 케이크 하나를 두고 나눠먹기에는 조금 그래요)

초반부터 말이 없으시길래 날씨 이야기부터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끌어가려 했어요. 둘 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을 순 없잖아요. 질문을 하면 대답하고, 나에게 되물어보시길 반복. 대화가 계속 뚝뚝 끊기는 거 보니 한 시간이 참 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침묵을 고수하시다 A님이 말을 시작하십니다. 근데 침묵이 나을 뻔했어요. 그럼 그냥 말 없는 분으로 기억되었을 텐데 말이죠.


"내가 근무하는 지역을 이야기하며 oo동에 바람이 많이 불죠?." ("눼? 바람이요? 뜬금 업이 바람 이야기라뇨) 

"저차는 전봇대를 박았나 보네요" ("눼? ? 무슨 말이신지?") 카페 앞 맞은편 도로 신호 대기 중인 차를 보며 하신 말이군요.  

"직장이 a와 b지역으로 나뉘는데 b지역이 사무실이랑 가까워 그곳에 주차하려고 일찍 출근해요. ("눼? 그렇게 상세하게 주차장 사정 알려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말이죠) 


뜬끔없는 아무 말 대잔치에 점차 할 말을 잃어가요. 커피도 다 마셨는데 또 아무 말이 없으시네요. '여기는 어디, 나는 왜 여기 앉아 있는가'란 생각이 아까부터 드는 걸 보니 이제 정리 멘트를 날려야겠어요. 

"커피는 다 드셨나요?" (이제 일어나시죠와 같은 나만의 표현법이에요) "커피 다 드셨나요?" 하면 웬만하면 다 상황 파악을 하시는데 그래도 상황을 이해 못하신다면 자연스럽게 컵을 정리하면 돼요.


한 시간의 시간 동안 무슨 대화를 한 것일까요. 바람과 차 이야기만 머릿속에 맴돌 뿐이네요.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날씨는 왜 이리 좋은 걸까요. 햇살은 왜 이렇게 따뜻하고요. 마음이 헛헛한 건 기분 탓이겠죠~  


각자 취향의 차이 일 수도 있고,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겠지만

A 님아~아무 말 대잔치 하시거든 그냥 침묵이 나은 것 같아요. 신호 대기 중 차 이야기는 좀 역대급인 것 같아요. 아무 말 대잔치 남보다는 그냥 말없는 남으로 기억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말을 하면 할수록 뜨악하게 됐거든요)


B님아~인사-약속 정하기-전날 확인 연락 이렇게 깔끔하게 연락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보기도 전에 저런 안부 연락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리고 시바견 이모티콘은 좀 그래요 순간 욕하는 줄 알았어요. (연락이 더해질수록 점수가 적립되고 있거든요 마이너스로)


님들아 제말 다음에는 이러지 마요~ 님들 때문에 앞으로 소개팅을 계속해야 할지 진짜 심히 고민을 하게 만들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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