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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Apr 09. 2021

"이래도 되나? 응 그래도 괜찮아."



요즘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글에도 그런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 이후 몇 가지 일들이 또 있었지만 그런 일들이 중간중간 나타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마음은 피폐해져 있었다.


내가 얼마나 피폐 해졌냐를 느낀 건 업무상 전달된 카톡 내용을 본 나의 반응을 보면서였다. 모든 말들이 나를 겨냥한 채 하는 말인 듯 모든 게 받아졌다. 업무 공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향한 듯한 문구라고 느껴졌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가 모두 그렇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상황을 모두 다 아는 동료는 나를 겨냥한 게 맞는 것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고 하였다.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 없다고 하지만 받아들여지는 나로선 그렇지가 않았다.


장도연이 한 프로에서 10년을 열심히 달리고,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처음으로 자의로 쉬기로 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 ‘이래도 되나?’를 계속 생각했다”라고. 그 말에 정말 공감할 수 있었다. 나처럼 저 말에 공감한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한 번도 자의로 쉬어본 적이 없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에 '이래도 되나'를 계속 생각하며, 나 스스로를 채찍질한 순간들이 많지 않았나 싶다.

   

대학 졸업하던 해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달려오면서 가장 길게 쉬어본 것은 딱 한번 9일이었다. 여름휴가 때 보통 주말을 한번 포함하는데 저 한 번은 주말을 두 번 포함하여 쉬었던 유일한 여름휴가였다. 그리고 직장생활 중 3번의 입원이 있었다. 입원을 한 경우에도 일주일 내로 최대한 짧게 쉬고 업무에 복귀를 하였다.   


왜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을까? 내 마음이 이래서 그런지 요즘 저런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하는 경주마처럼 정말 쉴 틈 없이 달려왔던 것 같다. 물론 안다. 나만 그런 건 아니라고. 다들 이렇게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얼마 전 아는 동생이 친구와 함께 사주를 보고 왔다고 했다. 친구가 많이 힘들어하여 이전에 사주를 본 곳으로 같이 다녀왔다고 했다. 물론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동생 친구도 직장생활에 있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라 '너 정말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다구나'란 말 한마디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는 동생은 주어진 상황이 바뀐 것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이 많이 바뀐 거라고. 이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지만 그때는 다 수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변해서 그걸 수용할 수 없게 되는 거라고 이전의 마음을 한 번 생각해보란 말이 와 닿았다고 했다.


좋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는 직장생활을 보내며 내 마음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나도 수용할 수 있는 상황들이 이제는 수용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졌으니깐. 그래서 '처음처럼' 이란 말을 좋아하며, 그 말을 되새기려 하는데 안될 때도 솔직히 많다.  

 

많은 직장인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며, 치열한 삶들을 살아서 있을 것이다. 누가 한 명이라도 "진짜 열심히 살아왔구나."라고 말해준다면 진짜 힘이 되지 않을까.  


"너 진짜 열심히 살아왔구나.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너무 고생했어.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땐 쉬어가도 괜찮아. 내가 이래도 되나? 응 그래도 괜찮아. 너무 치열하게 살아가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도,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누군가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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