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는 힘든 순간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조금은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이제는 에너지가 닳고 닳아 충전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나를 믿고 따라오는 팀원들이 있고, 아직은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버텼지만 이제는 그들보단 내가 먼저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그러더라 퇴사를 마음먹고도 업무 마무리하는 것을 걱정하는 나를 보며 그냥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라고. 그건 남은 그들의 몫이라고 말이다.
올초부터 그냥 마음 한 구석에 그런 마음들이 남아 있다가 점점 퇴사로 마음이 확고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최근에 일어난 일들이 더 확고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냥 퇴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왜 미련하다 생각할 정도로 이 손을 그렇게까지 놓지 못하고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놓는다 마음먹으니 이렇게 쉬운 걸 말이다. 난 입사를 한 적은 있지만 퇴사를 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마음을 먹기까지가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많은 용기를 필요하게 했다. 평소에는 여행을 가는 것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듯 일정표를 만들어 같이 가는 친구들에게 사전에 공지를 할 정도로 계획적인 걸 좋아하던 내가 이번처럼 이렇게 무계획으로 퇴사의 마음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인생 처음으로 퇴사를경험하고자 한다.잠시 쉬어가며,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누군가는 그런다. 그래도 갈 곳을 정하고 퇴사를 해야 하지 않냐고 근데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올해가 아니면 이런 용기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내년이 되면 용기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 그리고 지금 이 선택을 한 것에 대해 후회가 남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이 순간을 두고두고 더 후회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난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수많은 고민끝에.친구가 나의 그런 결정을 응원해주며, 그래도 마음이 복잡하겠다며 건강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그 메시지에 또 울컥했지만.
17년의 마지막을 이제는 마무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연차가 높기 때문에 이직도 쉽지 않음을 알고,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진 모르기에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그냥 나를 믿고, 그냥 나를 위해 그동안 놓지 못했던 손을 놓아버리려 한다. 이젠 여기까지라고 하는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나만을 생각하려 한다. 그동안 항상 on이었던 전등을 이젠 off로 하고, 잠시 불빛을 꺼두려 한다. 누가 뭐라 해도 난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으며, 열심히 17년을 보냈으니깐.
"내가 이래도 되나?"라 묻는 나에게 진심으로 "응 그래도 괜찮다"라고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정말 괜찮다고 말이다.
퇴사 상담을 해주던 입장이 아닌 퇴사자로 상담을 신청하는 것부터 시작이겠지.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퇴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