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그만큼의 마음

by 까칠한 여자


오랜만에 소개팅을 했답니다. 이 소개팅남은 먼저 주선자 친구에게 소개팅을 해달라 했다가 어색하다고 친구와 같이 볼 수 있을 때 보겠다고 무산시켰다가, 며칠 뒤 다시 해달라고 했다 하십니다. 시작이 뭔가 조금 그랬지만 주선자 친구를 믿고 그냥 진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말에 같이 시간을 보내고 놀던 친구가 상견례를 했다는 소리에 외로웠는지 마음이 급해졌는지 다시 소개팅을 진행시킨 것 같았습니다.


그분은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었으며, 주말 일정이 맞지 않아 처음 연락 후 2주간 연락을 한 채 만나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첫인사를 시작으로 매일 연락이 오십니다. 소개팅 전에 잦은 연락은 별 의미가 없을 때가 많고, 상대에 대한 불필요한 이미지가 설정되는 것도 있어 소개팅 전 잦은 연락은 조금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하지만 이 분은 자주 연락을 하는 스타일인 건지 연락이 끊기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한 건지 출근은 했는지, 밥은 먹었는지, 퇴근은 잘했는지 등등 연락을 하십니다. 약속을 정하고, 보기 전에 확인 연락만 해도 되는데 연락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애씀이 카톡에서 느껴집니다.


평소에 제가 근무하는 지역에 친구가 있어 주말에도 자주 오는 편이라고 지리를 잘 알고 있다하십니다. 정작 보기로 전 날까지 어디서, 몇 시에 만날지는 정하지 않은 채 연락만 와서 약속을 정하려고 했더니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하십니다. 분명히 자주 와서 지리를 잘 알고 있다고 하셨는데 모르겠다고 하시니 조용하고, 위치적으로 적당한 카페 두 곳을 제안하여 그분이 가고 싶은 곳으로 정했답니다. 매일 연락을 하시더니 막상 만나기로 한 날은 연락이 없으십니다. 옆에 동생은 바람맞는 거 아니냐며 장난스럽게 말을 합니다. 약속 장소로 출발 전에 연락을 하고 갈까 했는데 운전 중일 것 같아 그냥 약속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약속 장소 도착 후(약속시간 5분 전 도착) 연락하니 바로 전화가 옵니다. 벌써 도착했냐 하십니다. 근데 5분 전이라 벌써는 아니었지만 본인이 늦으니 벌써 가 돼버린 상황입니다. 차가 막힌다며, 들어가 있으라고 하십니다. 차가 안 움직인다는데 어쩌겠어요. 조심해서 오라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요.


주차장에서 기다리다 같이 카페로 들어가야 하나, 먼저 들어가 있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으나 둘 다 어색한 건 마찬가지이니 그냥 들어가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소개팅은 횟수와 상관없이 처음 서로를 알아보고, 자리에 착석할 때까지 그 어색함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개팅은 누가 봐도 티가 나기 때문에 조용한 카페로 찾았는데 다행히 그날도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늦는 입장에서는 속도 타고, 마음이 급할 테니 두 잔을 미리 시켜놓기로 합니다. 그전 연락을 통해 어떤 커피를 즐겨마시는지 알고 있었기에 알아서 시켜놓습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가 나올 때까지도 그분은 소식이 없습니다.


결국 이분은 삼십 분을 늦어 카페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본인의 커피까지 놓인 상황에 많이 미안해하십니다. 소개팅 경험이 많이 없다는 그분은 굉장히 어색해하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하십니다. 참고로 아무 말대 잔치보단 차라리 적절한 침묵이 낫다는 생각하는 1인입니다. 직장 생활, 일상들을 이야기하면서도 2주간 연락을 통해서도 느꼈지만 이분은 술에 진심인 편이며, 동료들과 굉장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신 것 같습니다. 주말에 놀 걸 생각하면 힘이 난다는 이 분, 주말에는 거의 친구들을 만나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하십니다.


주선자와 친구라 해서 동갑인 줄 알았더니 한 살 연하라 하십니다. 연락 시간에 비해 아는 정보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소개팅을 많이 안 해봐서 잘 모른다며 보통 식사를 하는지, 커피를 마시는지 묻길래 만나자마자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건 서로 너무 어색한 일인 것 같아 보통 처음에는 가볍게 커피 한잔을 하는 편이고, 두 번째로 만남이 연결되면 밥을 먹는 편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뭐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러이러하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커피 한잔 하자고 했던 거라고 말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삼십 분이 늦은 이런 상황에 화가 났을 겁니다. 보통은 약속을 잘 지키거나 늦어도 십분 이내로 늦으시는 게 대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삼십 분 이상 늦은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번처럼 삼십 분 늦는 것이 처음이 아니라서 그런지 더 한 상황도 겪어봐서 그런지 그냥 그러려니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삼십 분이 늦어도, 커피를 주문해놓고 하염없이 기다려도, 소개팅에 나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도 말이죠. 정작 동생은 미친 거 아니냐며, 금요일 저녁 차 막힐 거 모르냐며, 미리미리 출발했었어야지 하며 화를 냈지만 그분이 도착하기 전까지 아주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답니다.

사실 그날 몇 개월 준비한 프로젝트가 끝난 날이라 끝난 기념으로 사무실 동생을 비롯하여 저녁을 먹자고 급하게 결정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이날은 커피만 한 잔 하기로 사전에 이야기가 된 거였기 때문에 난 나중에 합류하기로 하고, 상황을 보며 연락하기로 하였습니다. 보통 소개팅을 했을 때 커피를 마시는 첫 만남은 두 시간 이내에서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에 한 시간 반이면 시간은 충분하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어요. 그분이 삼십 분이나 늦을 줄. 그래서 한 시간 조금 넘게 이야기를 나누고, 상황을 설명하고 그 자리를 마무리했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밤에 연락 왔더라고요. '늦어서 미안했다며, 오늘 자리 어떠셨냐고?' 말이죠. 이렇게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시거든 그 자리가 어땠는지 자신의 생각을 먼저 말하고, 물어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연락이 오셨는데요 퇴근한다며,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라 하고 마무리 멘트를 1차 보내시고, 카톡을 확인되지 않은 사이 퇴근 아직 안했냐고 묻거나, 본인이 하고 있는 것을 사진 찍어 보내 놓으십니다. 퇴근하는 데 차가 막혀 한 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톡 확인을 못한 사이에 말입니다. 시간차로 카톡을 보내 놓으시다가도 이제 퇴근해서 톡을 남기면 그 뒤엔 답이 없으십니다. 무슨 급한일이 있는 것처럼 퇴근했냐고 묻고, 자신의 활동 사진을 공유하시더니 막상 남긴 톡에는 아무런 답이 없으십니다. 그렇게 며칠 더 연락을 유지하다 연락은 끊겼습니다.


그렇게 끝이 나나 생각했는데 며칠 뒤 주선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분이 더 연락을 이어가고 싶고, 더 만나고 싶었는데 내가 관심이 없는 듯 느껴져 연락을 더 할 수가 없었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주선자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입니다. 근데 솔직히 주선자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전달받는 것도 그랬고, 재촉 아닌 재촉을 하다 막상 보낸 톡엔 답도 없는 등 서로 연락 핀트가 안 맞는 것도 있었고, 굳이 먼저 내가 연락을 해서 만나자고 할 정도의 호감은 아니었다고 답을 했습니다. 참고로 평소에 상대가 마음에 들면 먼저 연락을 해서 보자고 하는 편입니다. 연락을 안 하면 나중에 후회가 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보다는 내 마음을 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 전한답니다.


덧붙여 내가 퇴근 후 연락 온 뒤 또 연락을 해놓은 상황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니 주선자 친구는 얼마나 궁금했으면, 얼마나 자신이 뭐 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싶었으면 그랬겠냐고 합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다른 걸 또 느낍니다. 물론 내 마음이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그 상황이 부담스럽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압니다. 남자들도 상처받기 겁나고, 먼저 연락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말입니다. 근데 저렇게 주선자에게 마음을 표현하기보다는 솔직하게 바로 연락을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사람 간의 상황은 두 사람이 풀어나가야 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관심이 없는 듯 느껴졌다지만 연락을 씹은 적도 없고,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도 없고, 제가 아니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물론 저분도 딱 저만큼의 마음이었테고, 저 이야기를 전해 듣고 연락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은 나도 딱 그만큼의 마음이었을 테지만요.


주선자 친구는 이런 내가 아직 덜 급했다며, 둘이 잘 됐으면 좋았는데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아쉽다고 합니다. 물론 결혼을 빨리 해야지 주의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혼을 하지 말아야지 주의도 아니라서 급한 마음은 1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음엔 급한 마음 1이라도 장착하고 가야 할까 봅니다. 그럼 마음가짐이 좀 달라질까요. 참 서로 마음 맞는 누군가를 만나고, 인연을 이어가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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