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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Mar 31. 2023

요즘 건네기 가장 힘든 말




밥을 함께 먹음으로 우린 친분을 쌓기도 하고, 일상을 공유한다.  더 사이를 돈독하게 하거나 친해질 때도 우린 밥을 함께 먹곤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밥 한 끼 하자"라는 말이 점차 건네기 어려워지게 되는 것 같다. 이전에는 퇴근하는 길에 동료나 팀원들과 쉽게 밥도 먹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먼저 밥을 먹자고 말을 하기까지가 쉽지 않다. 팀원들과 아무리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하더라도 좋으나 싫으나 상사이기 때문에 그 말을 꺼내기가 더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밥 한 끼 하자"를 "힘들 땐 밥 한 끼 사달라고 해"로 바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선택권을 팀원에게 주는 게 부담이 덜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팀원도 상사와 밥을 먹기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상사도 팀원과 식사 자리가 부담스러울 때도 많다. 상사도 모든 팀원과의 식사시간이 편하지만은 않다는 사실.


"밥 한 끼 하자" 이 말은 누구에게 쉽게 건넬 수 있는 흔한 말이 아니었던가? 빈말이든 아니든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 지인과 끝맺음은 조만간 밥 한 끼 하자 이렇게 마무리도 잘 짓고 하는데 왜 직장 내에서는 점차 빈말로라도 하기가 힘들어지게 되는 것일까?  


이전에는 따로 밥을 먹지 않은 팀원이 손에 꼽혔다면 지금은 반대로 따로 밥을 먹은 팀원의 수가 손에 꼽힐정도로 그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동료이지만 점차 그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만 같다. 같은 공간에서 공유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훨씬 더 공감하기 좋은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점차 가까이하기 먼 당신이 되는 느낌이다.


이전처럼 퇴근 후 팀원들과 맘 편히 맛있는 거 같이 먹으면서, 힘든 일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게 가능해질까? 유독 요즘 힘들어하던 팀원에게 마치고 밥 한 끼 하자고 물으려다 멈칫하는 나를 보며, 이 말을 오랜만에 먼저 해볼까 하기도 했지만 그 말 한마디가 뭐라고 건네기가 힘들어졌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소중한 퇴근 이후 시간을 누군가에 내어주는 것도 힘들지만, 그 시간을 내어달라 하는 것도 점차 힘들어지게 된다. 요즘 가장 건네기 힘든 말 그건 바로 "우리 밥 한 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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