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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Sep 21. 2023

날이 좋지 않아서 더 좋았던 시간




지난 주중에 하루 휴가를 내고, 아는 동생과 함께 바람을 쐬러 다녀왔다. 짧은 여행 장소는 합천 해인사였다. 해인사에 계시는 스님을 오랜만에 뵙고자 약속을 잡 바람도 쐴 겸 아침부터 서둘러 움직였다. 


해인사를 최근 몇 년간 간 적이 없어 가을로 접어드는 시점에 해인사를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오랜만에 눈에 담아본 해인사는 참 좋았다. 날이 흐리고 비가 흩날리긴 했지만 풍경도 그렇고, 공기도 그렇고,  흙냄새도 그렇고, 흐린 날만의 그런 운치가 있었다. 흩날리는 비를 맞으며 해인사 안을 걸어보는 것도 좋았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의 대사처럼 해인사의 모든 날이 좋을 것 같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코로나라는 핑계로 연락도 자주 드리지 못해 몇 년 만에 뵙는 스님이었다. 아이들 역사 프로그램으로 해인사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스님을 알게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잠깐의 만남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계속 연이 닿아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해인사는 그 자리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스님과 차담도 하고, 스님이 직접 소개해주는 해인사를 천천 히 둘러보았다. 해인사를 이렇게 여유롭게 곳곳을 둘러본 것 은 이번이 처음으로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스님이 들려주

는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어 잠시 역사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팔만대장경도 그렇고, 곳곳에 오랜 역사들이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우리가 잘 지켜나가야 할 보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일이기도 했고, 해질 무렵이 되자 사찰 안도 조용해져 고즈넉하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해인사에 머물렀다. 스님과 함께 저녁을 먹고 출발해서 밤길이기도 했고, 오는 길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질 때도 있어, 긴장모드의 운전이라 많이 피곤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다.


아는 동생은 해인사가 처음이었는데 너무 좋았다며, 다른 계절의 해인사도 보고 싶다 하여 다음에는 템플스테이를 하 러 방문하기로 하였다. 플스테이도 해보고, 물소리를 들으며, 소리길도 걸어보면 좋을 것 같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귀한 시간을 내주 신 스님덕에 잠시나마 아무 생각 없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날이 좋지 않아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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