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그 기간 동안 어김없이 난 까칠한 팀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담당자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제일 잘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획서를 제출하는 데 의의를 두는 건지 아무런 생각이 없는 그들의 모습에 더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 난 결국 까칠해지고야 만다.
각자 사업을 한 해 진행한 것을 바탕으로 내년 사업 진행 방향성을 스스로가 고민해야 하는데 어떻게 고민 하나 없이 계획을 수립하고, 자신이 세운 계획에 대한 '왜'라는 질문에 답조차 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더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 난 결국 까칠해지고야 만다.
자신이 사업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른다' 말하면 어찌하란 말인가. 몇몇 팀원들의 책임감 없는 모습에 화가 나 있는 상태인데 또 다른 한 명의 팀원이 까칠함 한수푼을 더한다. 자신의 업무에서 변경된 것을 아무렇지 않게 모른다고 해서 왜 본인 업무인데 모른다 답하느냐 말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다들 모르쇠라 하는 이 답답한 상황에 좋게 말이 나갈 수 없었다. 그런데 그 팀원이 다시 나에게 와서 기억이 안 났다 말하면서 모를 수도 있지 왜 화를 내냐 한다. 본인이 담당자이면서 모르는 건 괜찮고, 자신의 무책임한 태도에 화를 낸 것에 대해서는 안 괜찮은가 보다. 그러면서 나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담당자도 모르는 것을 왜 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생각하는 것인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에 더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난 결국 까칠해지고야 만다.
내가 무슨 답을 주는 기계라 생각하는지 입력값을 넣으면 답이 도출된다 생각하는가 보다. 나도 고민을 하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다 방향성을 헤매는 팀원에게는 아낌없이 알려주고 싶다. 또한 나도 모든 팀원의 업무를 다 알고 기억하진 못한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알고 있을 거라 당연시 여기며, 어차피 답을 줄 거라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질문만 가지고 오는 그들의 모습에 더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 난 결국 까칠해지고야 만다.
나는 답을 주는 기계가 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다. 담당자로서 생각 없이 오는 팀원에게는 가차 없이 이제 본인이 담당자이니 담당자가 생각해서 오라고 돌려보내기로 했다. 처음에는 잘 모르니깐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했는데 그게 이제 습관이 되었나 보다. 당연한 듯이 생각을 안 하고 오는데 정말 기가 찬다. 더군다나 그걸 입 밖으로 꺼낸다는 사실이다. '내가 답을 줄 것이기 때문에 생각을 안 했다는 말을' 어떻게 내 앞에서 저리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저 당당한 그들의 모습에 더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 난 결국 까칠해지고야 만다.
난 답을 주는 기계가 아니다. 앞으로 노력하는 팀원에게만 아낌없이 줄 예정이다. 여기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말하는 기술도 중요한데 업무 이야기를 하다 매번 화나게 하는 팀원들이 몇몇 정해져 있다. 특히 이 몇몇 팀원들은 말하는 기술도 없는데 생각도 없이 그냥 온다. 그래서 이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이야기 주제만 달라질 뿐 필터링 없는 아무 말 대잔치인 그들의 모습에 더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 난 결국 까칠해지고야 만다.
제발 이 상황에 있어서 역으로 생각해 보면 좋겠다. 미래에 자신의 팀원이 저렇게 행동한다면 과연 그들은 어떻게 대응을 해나갈까? 이 상황들을 보는 다른 동료들이 조마조마하다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저 팀원이 왜 저렇게 말을 하지 할 때가 있단다. 다른 사람들도 다 아는데 정작 본인들만 모른다. 다른 상사에게도 이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몇 번이나 말해줬는데 매번 까먹고 그 상황이 반복되는 그들의 모습에 더 내려놓아야지 하면서 난 결국 까칠해지고야 만다.
상사가 답을 주는 기계는 아니다. 제발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는 각자가 일인자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는 직장인이 되자. '모른다'로 끝날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당연히 알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 업무를 제일 잘 아는 담당자가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