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95일 차, 20200620
대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거구 두 명이 음식이 허용이 안 되는 미슬관에서 몰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좋아하는데 사실 미술계의 엄청난 대가들이라고 한다.
배짱이 좋다. 통 큰 프로젝트들을 젊은 시절부터 많이 하시고 본인의 확실한 예술관으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다고 한다.
역시 대가는 통이 큰가 보다.
난 그만큼 살을 찌울 배짱이 없다. 살도 아무나 찌우는 게 아닌 건가. 나도 한때는 우량아였는데. 지금으로 봐서 나는 대가는 못되겠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섭취했다. 음식으로도, 음료로도 채워지지 않던 에너지가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채워지더라.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음료를 먹더라도 몸에 채우는 식품으로는 정신적 에너지를 채우기에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아무리 먹어도 삶의 동기부여가 일으켜지지 않을 때 무엇으로 동기부여를 받아야 하나.
썩어 사라질 음식은 언젠가 할 일을 마치고 똥으로 빠져나가기 마련이기에 정신까지 영향을 못 미치고 그 역할을 다할 때가 잦다.
음식으로 채워지지 않는 허기진 마음을 채워줄 마음의 음식이 필요하다.
두근두근 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의 모습. 그들과 나눌 대화가 그 어떤 유명 여행지를 향해 가는 여행보다 더욱 설레게 한다.
하소연 좀 하고 싶었다. 요즘 부쩍 동기부여가 안된다고. 그냥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슬금슬금 올라온다고.
하소연은 필요 없었다. 우연히 들은 예술 대가들의 이야기가 뒤통수 밑에서 1/3 지점에 있는 쏙 들어간 부분을 볼펜 끝으로 딱 때리는 듯이 와닿았다.
뭐 이리 아등바등하나.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발버둥인 것을.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혹시나 잘못할까 하는 걱정이 나의 배짱 없음을 설명해 준다.
망하면 어떠하고 성공하면 어떠한가. 결과에만 집중하는 사고로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잦다.
신중함이 미덕이라 생각해 왔다. 하나 무모함이 주는 과감한 도전을 동경한다.
예전보다 통이 더 작아진 것을 느낀다. 좀만 먹어도 배가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