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94일 차, 20200619
하루종일 잠만 처잤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말 잠만 잤다. 독일어 공부를 한다고 예전에 설치한 프로그램을 열고 조금 따라 하는데 금세 질리고 지친다. 역시나 안될 상이다.
얼마 전에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 사진에는 반응이 많이 있다. 잘 지내는 척 사진 하나 투척했더니 한동안 내 소식을 듣지 못한 친구들이 반가운 듯 인사를 남겨줬다.
딱히 못 보내고 있는 나날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진에서 보이는 분위기만큼 잘 지내는 건 아니다. 왜 그런가 하고 이유를 살펴보면 나도 모른다.
그냥 잘 지내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그 시간이 다시 찾아왔나 보다.
많은 것들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
화사한 날씨, 따뜻한 햇살, 아름다운 풍경,
밥을 먹는 것, 글을 쓰는 것, 책을 읽는 것
동기부여를 갖는 것,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
버티는 것.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생각할 때쯤엔 이미 삶에 많이 지친 게 아닌가 싶다.
휴식이 필요하고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인데,
이미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난 이후 내 삶은 끊임없는 휴식인데도 난 무엇이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일을 더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 쉬고 싶은 것도 아니고.
지친 듯한데 무엇으로부터 지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두운 여름하늘 아래서 자판을 누른다.
어두움이 드문 유럽의 여름날.
이제야 활개 치는 작은 벌레들이 창밖에 서성이는데
어두움이 찾아오고 나서야 이제야 활개 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