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97일 차, 20200622
사람이 머물다간 자리의 여운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파도의 거품 같아서
뽀골뽀골뽀골 거품이 천천히 사라지듯 그 사람 지냈던 모습 어렴풋이 상으로 맺혀있다가
다음 파도가 내리치고 나서야 그 흔적 씻겨졌다 생각하고 잊힐까 하지만
자세히 보니 다음 파도가 내리친 흔적이 꼭 그전 파도 흔적과 닮아서
에라 지나간 사람 더욱 생각나게 한다.
이미 떠나간 사람이건만 빌어먹을 흔적들 괜스레 너무나도 닮아서 그 빈자리에 여운을 가득 남기나.
한 없이 바닷가 바라보다, 떠나간 사람 생각하다, 고개를 떨구어 모래사장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들어 파도 소리 귀 기울여
철썩철썩 강한 파도 소리에 마음을 씻겨보려 해 봐도, 이 파도소리도, 저 파도소리도 분간할 수 없어
눈을 뜨면 보이는 파도가 남긴 여운들 사라지지 않는다.
지나간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해안가에서 파도를 바라보는 일이다.
멈추지 않는 파도 움직임, 이제야 뒤로 하고 다른 곳을 바라보면
조금씩 작아지는 파도소리, 조금씩 옅어지는 파도의 흔적.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눈 감으면 생각나는 그 바다의 모습에
한동안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겠구나 생각하지만
어느새 도착한 종착역에서 한 발 내딛고 나면 온데간데 사라지는 바다의 모습.
아 추억이란 이런 것인가.
내 마음에 남아있는 파도의 거품흔적은 사실이었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허우적거리며 살아가겠지만
그때 내 마음 씻어준 파도는 사실이었다.
흔적이여, 언제까지나 남아있어 줘. 다시 파도 소리 듣는 날이 오면 그 흔적 닮은 모습 다시 찾아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