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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Jan 24. 2024

차라리 밖도 어둡고 속도 어두운 비 오는 날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43일 차, 20200429

오늘은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흔들리는 나무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얇아진 아침 귀를 깨우는데 충분하다. 

두두두둑 두두두둑 오랜만에 들려오는 빗소리가 조금은 반갑지만 

비와 함께 찾아온 쌀쌀함은 무방비의 허리춤 살갗을 건드려 재채기와 콧물을 불러일으킨다. 

에취 에취. 두두두둑 두두두둑 


창 밖 풍경은 내가 알던 독일 하늘로 돌아왔다.

한 껏 낮아진 구름과 구름 아래 내려 깔린 잿빛 기운. 

코로나로 묶여있던 4월엔 이를 보상하듯 맑은 날이 지속되었는데.

오랜만에 찾아온 비구름은 혹시나 코로나를 밀어내는 신호탄일까.

평범한 5월의 독일 날씨일까. 


4월은 29일이 되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야속하게 좋기만 했던 날씨가 어둑해지자 

안 그래도 어둑 컴컴한 내 마음도 더욱 어둡게 물드는데 

밖은 밝고 속만 어두운 건 얄미워서

차라리 밖도 어둡고 속도 어두운 비 오는 날이 낫겠다.


창가에 놓아둔 다육이 새끼들. 사람인 나도 추운데 이 새끼들은 괜찮을까.

혹시나 뿌리는 내려갔을까. 이 새끼들 뿌리가 내려가면 언젠간 나도 마음의 뿌리 더 확실하게 내려서 

내리는 비 흠뻑 맞고 더욱 깊이 더욱 깊이 뿌리내려 성장할 수 있을까. 

그래도 현실은 두두두둑 에취 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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