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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Jan 24. 2024

그래서 된장이 두 개다.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42일 차, 20200428

오늘도 어김없이 집을 보러 나간다. 되지도 않을 집을 보는 일은 지긋지긋한데 외출 나갈 겸 겸사겸사 나간다. 

오늘 가는 집이 위치한 동네는 참 좋은 동네다. 

알록달록한 건물 색상에 발코니에 화사하게 핀 봄의 꽃들. 

싱그러운 봄의 잎사귀와 코로나로 한산한 거리 상황이 잘 어울려 상상하는 유럽의 그 모습이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내는 미소와 눈인사. 기분이 좋아 보이는 이웃 사람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아직 꿈만 같은 것이다. 


본인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일까. 

최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보이는 지인들의 거주 공간이 예전보다 한 없이 좋아 보인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며 지내던 대치동 단칸방도 생각나고, 30평이 넘어가는 형의 아파트, 

또 독일에서 같이 졸업한 친구들이 현재 지내는 집들도 엄청 좋아 보인다. 끊임없는 비교와 불만. 

상황도 상황이지만 역시나 마음이 문제다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그치며 생각을 정리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이는 물질적 문제를 해탈해 버릴 순 없다. 


냉장고에 된장이 꽤 많이 있다. 원래 내가 샀던 된장에 더불어 얼마 전 한국으로 넘어간 친구가 나에게 된장을 남기고 갔다. 

그래서 된장이 두 개다. 난 된장을 그리 자주 먹는 사람이 아닌데도 주길래 덥석 받았다. 

가끔가다 고기를 구워 먹으면 된장을 찍어 먹지만 아무래도 이 속도로 먹으면 너무나도 오래 걸릴 거 같아 다른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된장국과 된장찌개. 된장 스파게티 등등. 얼마 전에 끓인 된장찌개가 제법 맛이 좋아서 내일은 된장국을 끓이고 싶어 마트에 간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애호박. 그리고 좋아하진 않지만 된장국 하니 생각나는 두부를 산다. 

어설프게 차려먹는 매일의 식사.


아늑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먹는 단출한 밥상이 그립다. 

그리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우리 함께 된장국 같이 끓여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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