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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Jan 29. 2024

생명의 때가 조금씩 찾아온다.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51일 차, 20200507

다육이 잎 하나 끝 부분에 토끼 고추 같은 하얀 돌기가 나왔다.

그렇다. 드디어 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약 2주의 시간이 걸렸다. 1주 후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그냥 말라 보여서 역시나 난 생명을 키우는 데는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희망이 보인다. 뿌리가 더 자라고 나면 정성스럽게 흙에 심어줘야겠다.

1미리도 채 안 되는 저 생명의 표식이 주는 희망은 내 좁은 마음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

이제야 조금 희망이 보인다.


코로나로 인해서 갖게 된 강제 장거리 연애의 두 달.

딱 두 달이 되어서 다시 곧 만나게 된다.


같이 있을 때는 너무 당연해서 알지 못했던 감사함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보이지 못했던 그 큰 아름다움이

떨어져 있어도 함께 붙들어 줄 수 있는 굳건함과

또 얼마나 나에게 소중한 사람인지

지난 두 달의 시간에서 더 깊게 그리고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다육이 줄기에서 잎을 떼어 흙 위에 올려놨을 뿐인데 뿌리가 나왔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했는데 생명이 시작되려 한다.

생명의 때, 그때가 이제 찾아오고 있다.


생명의 때가 조금씩 찾아온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연인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떨려온다.


마주하는 생명이 감사하다. 그때가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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