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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Jan 25. 2024

사소해 보이지만 나에게는 무거운 것들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50일 차, 20200506

서명이 완료된 계약서를 받았다. 열쇠를 받는 날짜도 잡혔고 입주일도 결정됐다. 


살다 보면 남들에게는 쉽게 허락되는 일이 나에게만 주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때를 종종 마주한다. 

취업이 안될 때는 유독 사람들이 다 일을 하면서 바쁘게 보내는 모습에 눈이 쏠려서 나만 일을 못 구하는 사람 같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워 보일 수가 없다. 

집이 구해지지 않을 때는 유독 모두 다 좋은 집에서 지내지만 나만 집 없이 방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취업과 집 문제만 그러겠는가. 건강, 연애, 인간관계, 성격, 체력 등 유독 나에게만 허락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나를 자주 괴롭힌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고민 자체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하찮게 보이고 나의 약한 모습을 잔뜩 드러내어 

멸시받고 무시받고 내 인상에 안 좋은 영향을 행여나 미치지 않을까, 

혹은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괜한 염려를 끼쳐서 나의 사소한 문제로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까지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찾아오는 고립감이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탄생, 성장, 노화, 죽음. 크게 이 네 가지의 과정을 겪는 인생에서 사소한 일은 무엇이고 사소하지 않은 일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선을 가르기란 쉽지 않다. 

일상적으로 들리는 결혼 소식, 또 출생 소식, 성장 소식, 그리고 아픈 소식과 죽음의 소식까지.

나의 생활 반경에 들어오지 않는, 소식에 그치고 마는 저런 일들은 아무리 한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에겐 사소한 일로 간주되기 쉽다. 

나의 생활에서는 하루 밥을 못 먹거나, 며칠째 씻지 못하거나, 추워서 고생하거나 더워서 고생하거나 하는 것들은 나를 괴롭히는 중요한 문제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하나의 이야기에 그치는 사소한 소식이다. 그 간극을 줄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 강박의 시대에 살고 있다.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소식을 올려야 하는 매체가 성행하고 있다. 사소한 일에는 반응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남에게는 사소해 보이지만 나에게는 무거운 것들을 마음 편히 나누고 싶다. 그렇게 공감받고 이해받고 싶다. 또 그렇게 공감을 주고 이해를 주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집을 구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 엄살처럼 보이겠지만, 우리의 일상이 그런 것이다.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 주는 박탈감을 털어버리기 위해서, 

비록 사소해 보일 수 있을지라도, 마음 편히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그런 일상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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