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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Feb 06. 2024

사실, 여러 가지 고민으로 잠을 들었다.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58일 차, 20200514

여러 가지 고민으로 잠을 깼다. 사실, 여러 가지 고민으로 잠을 들었다. 

물때가 가득 찬 식기세척기, 지독하게 오염된 세탁기. 인터넷의 부재 등등 등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다. 


아직도 계속 재택근무를 하기에 인터넷 설치는 필수인데, 아침에 근무시간이 가까워지도록 제대로 인터넷 활용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밤 구입한 보다폰 핫스팟 티켓은 등록하고 아무리 접속을 시도해도 먹히질 않는다. 

일주일에 약 10유로라는 나름 큰돈을 지불했는데, 접속 한 번 제대로 못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평소 같으면 어설픈 독일어 연습 삼아 독일어로 꾸역꾸역 전화를 하겠지만, 이번엔 어설픈 독일어를 쓸 때가 아니기에 영어 가능한 상담원을 찾는다.


전화를 걸어 내 상황을 설명하고 인터넷 티켓 취소를 신청한다. 텔레콤 인터넷을 사용하려고 알아보니 이는 일주일에 20유로나 한다. 

사실 한 달 인터넷 요금이 20유로 정도 하는데 일주일에 20유로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필살기, 이웃의 인터넷을 같이 쓰는 방법을 생각해 내서, 앞 집에 블루베리를 들고 찾아갔으나 벨을 두 번이나 눌러도 반응이 없다. 늦잠을 자거나 코로나 때문에 집을 비웠거나. 

아랫집 명패에 곤잘레스가 쓰인 것을 기억했다. 곤잘레스. 중남미에서 많이 보이는 이름이다. 중남미 사람들은 인정이 좋다고 하니 속는 셈 치고 찾아간다. 

역시나 곧잘냈스!!! 선뜻 인터넷 연결을 허락하고 와이파이 번호와 비밀번호를 선뜻 곧 잘 내어준다. 무료다. 너무 다행이다. 연결도 좋다. 


이 집에 살았던 지난번 세입자는 골초에 더러운 남성임이 분명하다. 식기세척기엔 토를 했는지 노오란 침체물이 겹겹이 쌓여있고 쉰내도 같이 난다. 

효과 좋은 세제를 넣고 돌려봐도 소용이 없다. 결국 강력한 세제의 힘을 빌려서, 손수 수세미로 세척을 시작한다. 절반의 성공. 트레이까지 더러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세탁기 세제 넣는 통을 열어보니 말이 안 나온다. 페인트를 뿌려놓은 듯 짙은 갈색의 무언가가 잔뜩 달라붙어 있다. 꺼내고 분리하고 강력한 세제로 세척했다. 

물청소를 했기에 물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이 부분도 절반의 성공. 

결벽에 가까운 청결 수준을 목표로 닦고 또 닦고. 다른 사람이랑 살 때 아쉬웠던 부분, 내가 다 이뤄나가겠다. 


독일 생활이 나에게 준 제일 큰 변화 중 하나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 

그리고 이유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지낼 때 보다 훨씬 더 청결해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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