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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Feb 06. 2024

경험이 선사한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59일 차, 20200515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량이처럼 지내던 시간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하루 일과 중 제일 큰 일이었다. 

하나 지난 며칠은 제대로 일기도 쓰지 못할 만큼 시간이 빠듯하다. 


바쁘게 지내는 하루에서 마음의 중심을 올바로 두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독일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순간 주변을 한국 사람들로 채워갔고 

식사도 한국의 느낌이 많이 들어간 식사를 하고

언어도 한국어를 많이 쓰는 등 내가 어디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간혹 착각하게끔 하는 상황에서 지내고 있다. 

밖에 나가면 보이는 한국과는 다른 풍경과 사람들로 내가 독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상기할 뿐,

삶의 양식 자체가 한국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바쁘게 지내는 하루에서 스스로의 역할과 자리를 정립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면서 삶이 나에게 주는 역할이 바뀐다. 

몇 주 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홀로 방 안에서 허덕이는 30대 남성이었고, 

몇 달 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기대감으로 야근도 무릅쓰고 열심히 일을 하는 직장인이었고,

그 보다 더 전에는 외국 땅에서 취업으로 전전긍긍하던 실업자였고,

몇 년 전에는 한국 땅에서 몸서리치게 혐오를 느끼며 변화와 탈출을 모색하던 패기 좋던 20대였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립된 시간 동안 배운 값진 삶의 교훈을 마음속에 단단히 심고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청년이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더라도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또 본인의 정체성을 이방 땅에서 굳건하게 잡아가면서

비록 지난 시간이 준 상처가 아직도 쓰라릴지라도 

그 경험이 선사한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확인하는 일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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