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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Mar 08. 2024

게으름의 경고가 다시 기침을 불러일으키기 전에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67일 차, 20200523

몇 주 전, 홀로 외로움에 사무처 스스로와의 대화로 썼던 이 일기들,

아무리 화면 너머로 많은 사람들을 마주해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

홀로 있고 싶은 마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던 그 시기의 마음을 어찌 달랠 바 몰라서

귓가에 닿지도 못하고 쉽게 사라질 그 소리를, 길거리 발자국 소리, 차 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에 사라질 그 목소리를 속삭이듯 적어낸 이 일기들이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적혀 내려가면서 나도 어떤 내용을 썼는지 모를 만큼 글을 쓰는 그 순간에 마음에서 목젖을 넘어가지 못하고

손끝으로 향해 아무 의미 없이 감정의 흐름대로 쌓아져 왔다.


그렇게 쌓아온 스스로의 대화를 조심스레 매일 온라인에 공개하곤 했는데

최근 새 집에 들어오면서 글을 올릴 시간은 뒷전에 밀리면서 글만 쓰고 올리질 못하고 있다.


한 때는 내 구원이라 생각한 이 글을 쓰는 행위가

일상에 다가온 분주함에 밀려나 마음 한 구석으로 몰려가는 모습이 쓸쓸하다.

지나온 시간에서, “한 때” 중요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한 때 중요했던 일들이 마음 한 구석에 물러나며

먼지가 쌓이는지도 모른 채 방치되었다가, 언젠가 다시 조심스레 꺼내보려 할 때에는 이미 가득 쌓인 먼지가 기침을 먼저 불러일으킨다.


콜록콜록. 묵혀둔 마음의 숙제를 꺼내는 일에는 기침을 피할 수 없다.

콜록콜록. 요즘 같은 때에는 기침만 해도 괜한 염려가 드는데.

콜록콜록.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작한 일기 글을 적어나가는 일이 예전만큼 마음의 중심이 되지 않음을 너무 늦지 않게 다시 깨달아서 다행이다.


화면 너머 보이는 그들의 얼굴이 아련하다.

너무 늦지 않게, 소중한 것들을 다시 깨닫길 소원한다.

게으름의 경고가 다시 기침을 불러일으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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