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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Mar 08. 2024

온종일 날이 오락가락하다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68일 차, 20200524

비가 내렸다가 햇살이 밝게 비추었다가 구름이 짙게 끼었다가 다시 비가 내렸다가.

온종일 날이 오락가락하다.

비가 올 거면 비가 오고, 말 거면 말 것이지 계속 오다 말다 하는 모습이 영 꼴 보기 싫다.


혼자 지내는 나날 중 감정 기복이 있을 때면 생각했다.

언젠가 누군가를 만나고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다면 이러한 감정 기복은 줄어들 것이라고.

코로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면, 같이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면서 서로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마치 코로나 시간 이전에는 내가 감정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이었다는 듯이

내 감정 파도의 이유를 외부적 요인에만 온전히 결탁시켰다.


꼴 보기 싫은 요 며칠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유난히 더 거스리는 것은

날씨보다 더 오락가락한 내 감정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양한 경험을 해나가면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더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나이가 더 들어 갈수록 다양한 경험을 해나가고 있지만

그때마다 요동치는 감정의 파도는 오히려 어릴 적의 담대함이 사라진채 조심스러움만 남아서 지난날의 나보다 더욱 겁을 먹거나 마음을 졸이거나 쉽게 토라지곤 한다.


머릿속으로 괜찮다 괜찮다 되뇌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그만큼 괜찮지 않다는 것을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담대한 마음을 먹자고 머릿속으로 외치며 다짐할수록

연약한 마음이 작은 생채기에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태연한 척하는 기술만 조금씩 늘어나는 거 같은데…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어른들도, 행여나 나처럼 속은 더욱 연약해졌으나 겉으로만 담대해 보이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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