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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Mar 08. 2024

각자는 매일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까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69일 차, 20200525

변화는 새로운 마음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혹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소소한 변화들이 지난 3달간 끊임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 오늘, 월요일부터는 새로운 변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새로 지내기 시작한 공간의 1차 정리가 일단락되고 더 이상 집을 청소하고, 채우고 혹은  설치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전 공간에서 하던 일을 이어서 하고 앞으로 삶을 꾸려나갈 궁리를 다시 시작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이 전의 공간에서 하던 것들을 그대로 할지라도 그 일들을 마주하는 자세가 다르다.

갈급함과 허기짐과 간절함과 목마름으로 접근했던 일들이 많은데

아직도 내 상황은 바뀐 것이 없는데도 집 하나 바꿨다고 의기양양하다.


분명 집을 얻은 것은 긍정적 변화인데 이로 인해 마음에 찾아오는 안일함은 긍정적이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친한 형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받았다.

만날 때마다 영감과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형인데, 그 형과의 대화를 통해서 내 지난 몇 달을 돌아보고

이 일기를 쓰는 행위를 되돌아봤으며, 이에서 더 발전하여 H33D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 봤다.


20대 이후로 주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을 듣고 겪어왔다.

병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 스스로 숨을 끊은 사람들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내 곁을 떠나갔다. 얼마나 허무하게 사라져 가는 목숨처럼 느껴지던지.

특히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음에 차오른 오만상 생각과 감정들은 감히 형용하기 어렵다.

결국 굳게 생긴 다짐은 감정을 보듬어주는 사람이 되자는 것. 각자는 매일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까.


독일에 사는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기에 남과 나누기 어려운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각자 홀로 싸워나가는 이 전쟁에 비록 남이 참전하긴 어려울지라도, 이렇게 싸우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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