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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Mar 08. 2024

싱크대 밑 음식물 통을 한 두어 번 휘휘 저은 것처럼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66일차, 20200522

내 어릴 적 사진들을 보면 제대로 찍힌 것이 없다.

토라져서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울고 있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나이가 가늠이 가지 않는 그 시기에도 나의 똥고집은

똥 싸는 힘주듯 강해서

무언가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듯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도 그다지 가리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고집이 무뎌졌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그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음을 알고 있다.

겉으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조금 부드러워지고

예전에 비하면 고집이 많이 줄은 듯 착각도 들고

아마도 나 스스로만 고집이 줄은 것 같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내 마음속에 나만 아는, 혹은 나만 아는 척하는 나의 진짜 모습들이

길들여진 사회생활의 모습으로 감추어진 듯 하지만

감정적으로 밀어 붙임을 당했을 때 나오는 본래의 모습.


싱크대 밑에 음식물 거르는 통을 한 두어 번 휘휘 저은 것처럼

저 밑에 고여있던 썩은 내 본래의 마음이 드러난다.

그 역겨운 오랜 고집이.

매거진의 이전글 지극히도 답답하고 어려웠던 마음이 조금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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