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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Mar 08. 2024

지극히도 답답하고 어려웠던 마음이 조금은 그립다.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65일차, 20200521

이번 주에 도착해야 할 매트리스가 아직도 아무 연락이 없다.

언제 배송이 시작될지, 혹은 배송이 되긴 할 것인지 그런 연락조차도 없다.

독일에 온라인 쇼핑 사기가 워낙 많아서 믿을만한 회사라고 할지라도 배송이 지연되거나 하면 혹시나 하는 조바심이 든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까지 새 집을 채워가면서 사기를 당한 적은 없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매트리스가 아직도 배송이 되지 않은 덕분에 휴일을 맞이하는 오늘도 에어매트리스에서 잤다.

몸이 적응을 한 것인지, 아니면 에어매트리스가 실제로 편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처음 잔 날에 비하면 잠을 잘 잔 듯하다

고 생각을 했지만 왼쪽 어깨가 결린 것을 느낀다.

매트리스가 제일 먼저 준비하고 싶던 가구였는데 옷장보다도 늦게 준비되는 상황이 역시나 독일이구나 싶다.


매일이 휴일 같은 요즘의 상황에서 오늘 같은 공휴일은 예전에 비해 의미가 많이 줄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장점은 예나 지금이나 같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는 마음의 안정감이 생각보다 큼을 느끼면서

아직도 내가 얼마만큼 일에 부담을 느끼는지를 깨닫는다.

이런 내 마음을 회사에서는 알지. 면접 때 나름 도전을 좋아하고 끊임없는 발전을 추구한다고 말한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늦은 오후, 비어져 가는 냉장고를 아쉬워하면서 지난번에 사두었던 소고기 스테이크를 굽는다.

무쇠팬에 구우니 특히나 더욱 자글자글하다. 한국에서는 엄두도 못 낼 소고기 스테이크를 집에서 먹는 상황이 낯설다.

한 2주 전만 해도 라면과 계란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내가 지금은 스테이크를 집에서 먹는 상항이 낯설다.

하루하루 버티던 내가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는 상황이 낯설다.


새로운 일상이 찾아오는 지금, 지극히도 답답하고 어려웠던 몇 주 전의 마음이 조금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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