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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Mar 08. 2024

특별한 척하는 콩나물 한 줄기 탑승이요~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71일 차, 20200527

지하철 한 번 타기 쉽지 않은 하루였다.


약 2주 전에 주문한 침대가 아직도 배송이 안되고 배송 관련 연락도 받지 못해서 산책도 나갈 겸 침대 매장을 방문하러 밖으로 나왔다.

베를린 지하철은 U Bahn과 S Bahn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U Bahn은 S Bahn에 비해서 열차도 작고 역 간격도 좁다.

그에 비해 S Bahn은 역 간도 멀고 열차도 길며 좀 더 한국식 일반 기차 분위기에 가깝다.


S Bahn은 함부르크 및 다른 독일 도시에서도 운영되는 대중교통 시스템 중에 하나인데

어느 도시를 가나 비슷한 단점이 있다. 운행 결항이나 지연이 많다는 것.


오늘 같은 경우도 평소면 20분이면 갈 거리인데 환승역에서 20분 이상 기다리다 열차를 탔다.

이유는 항상 설명이 자세히 되지 않는다. 신호 고장으로 열차가 중단되고 지연되고 있다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사람들이 툴툴대며 기다리기도 하고 혹은 승강장을 떠나기도 한다.

나는 걸어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열차를 타는 것이 더 빠르다고 판단하여 기다렸지만 오산이었다.

걸어가면 15분이면 갈 거리를 20분이 넘도록 열차를 기다렸으니.


아니나 다를까 침대 매장에서 볼일을 보고 다른 약속을 맞추어 가는데 아직도 열차 운행이 복귀되지 않았다.

결국 50분 가까이 열차를 기다리다 가까스로 탄다.

한국 같으면 손쉽게 택시라도 잡고 갈 텐데 나의 경제 상황, 독일 택시비 등을 생각했을 때는 큰 사치다.


다양한 삶의 단상들이 대중교통에서 많이 보인다.

명품을 두르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 옷에서 썩은 내가 나도록 씻지도,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구걸하는 사람.

동성 커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커플, 비즈니스 맨 등등.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폭보다 훨씬 넓은 반경의 사람들을 베를린 대중교통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판단하는 가운데 나는 저들과 같지 않다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결국은 같은 것을,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콩나물시루 같은 열차가 마침내 들어온다. 여기 특별한 척하는 콩나물 한 줄기 탑승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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