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73일 차, 20200529
구도가 식상하다. 색감도 식상하다. 특히나 감정이 담기지 않는다.
핸드폰을 통해서 누구나 훌륭한 품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요즘에는 누구나 사진이 취미라고 말할 수 있다.
주변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등의 사진을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본인이 찍은 사진 혹은 동영상을 올린다.
몇 달 전 카메라에 큰돈을 들인다고 하니 주변에 이해를 못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핸드폰으로 좋은 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데 왜 굳이 돈을 들여 카메라를 사냐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이란 매체가 노출되어 있고 그렇게 넓게 노출된 사진이란 매체를 핸드폰으로 통해 매일 접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글을 배우지 않은 것만큼 사진도 배우지 않았다.
사진전을 즐겨 본 적도 없고, 사진 비스무리한 그림에도 큰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동기는 너무나도 단순했다.
베를린에 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사진을 찍는다고 하길래 저렇게 개나 소나 하는 사진 개 같은 나도 한 번 해보자. 그것이 다다.
사실 예전부터 간혹 사진전에 가서 훌륭한 사진이란 사진들을 접하면 마음속으로,
저런 사진들은 나도 찍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에 보이는 숱한 감성사진들. 그런 사진들 나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색감이 유독 강하거나 도드라진 사진들이 자주 보이는데 그런 사진들은 추후에 보정 프로그램으로 색감을 만진 것이라고 한다. 나는 원래 그런 색감으로 찍었나 싶었는데, 추후 보정이란 이야기를 듣고 저런 사진은 사기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만큼 사진에 대해서 건방지고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그나마 배운 한 가지 것은, 사진에는 시선이 담기고 시선에는 감정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아름답게 슬픈 풍경이기도 하고 아름답게 행복한 풍경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전시를 봤다. 사진과는 전혀 관련 없는 전시였지만 행여나 시선을 배울 수 있을까 하여.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풍경만큼 자주 변하는 나의 감정과 시선을 조금이라도 더 내 비취어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