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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Mar 08. 2024

다짐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면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74일 차, 20200530

다짐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손쉬운 삶일까.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쓰는 의자를 하나 구입한다. 한국에서는 절대 사지 않았을 의자를 독일에 있다는 명분으로 스스로에게 허락한다.

같은 사람이지만 처한 환경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처세가 달라짐을 목격한다. 그렇게 교묘한 것이 사람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내 비취게 되는 것도, 그리고 같은 사람과 있더라도 나의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으로 다른 자세로 임하는 것도

교묘한 삶의 속임은 아닐까 생각한다. 쉽게 말해서 처세술. 상황에 따른 유연함. 균형.

일관성을 중요시하는 나의 자세에 처세술과 유연함 그리고 균형은 필요하지만 마음에 쉽게 허락되지 않는 무언가 거슬리는 것이다.


길어지는 Kurzarbeit가 한 달 한 달 흐를수록 조여 오는 경제적 압박을 느낀다.

하지만 단순히 몇 가지 상황이 달라지고 날씨가 좋아졌다고 해서 느슨해지고 여유가 생긴 나의 마음은 북향 창문에 들어오는 풍성한 빛만큼 복잡하다.

도대체 내 마음의 안정성은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마음을 흔드는 상황마다 수행했던 마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훈련들이 헛되게 느껴질 만큼 요즘 내 마음은 나를 혼동스럽게 한다.


예전에 침울했던 상황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마주하길 하루하루 꿈꿔왔는데

막상 조금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는 평안함은 예전에 갖고 있던 갈증과 허기짐을 그립게 한다.

정신적 메조키스트 성향을 갖고 있나. 스스로를 끊임없는 정신적 고난 상황에 넣으려는 심리 경향.

괜스레 찾아온 마음의 여유가 불안하고 평안한 시간을 보내면 안 될 것 같고 조금 더 배고프고 조금 더 갈구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

예전 같은 갈급함으로 삶을 살아갔을 때 주어지는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함. 이 모든 과정에서 결국 감사함을 좇지만 감사함이 찾아오면 이를 사치라 생각해 거부하고 다시 갈급함을 좇는 성향.


쓸데없이 다짐하고 있다. 예전의 그 허기짐을 잊지 말자고,

초심(初心)을 잊지 말자고.


하나, 그 다짐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손쉬운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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