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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Mar 08. 2024

간절함이 부족했던 5월을 돌아보면서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75일 차, 20200531

유독 변덕이 심했던 5월은 봄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하는 두꺼운 외투로 시작했다.

아직은 보이지 않던 희망을 꿈꾸며 어두운 병맛 방 안에서 허덕이던 그때.

희망이 성취되지 않을까 두려워서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못했던 그때.

그렇게 하루하루 다가온 그 결전의 날이 실제 이루어지자 차분하게 나의 일을 해나갔었다.

5월 8일.


아직 날씨는 추웠지만 햇살 따뜻했던 날들이 5월 중순까지 이어졌고 5월 말에는 비도 가끔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햇빛 비추는 날이 잦았다.

다가왔던 감사함을 놓치지 않고자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나가고,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시간을 보내던 나날들.

그 와중에 자리한 안정감이 낯설어 아직도 허덕이는 5월의 마지막 날은

꼭 5월 한 달을 반복하듯 나에게 다가왔다.


독일에 올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 가득했던 쌀쌀한 5월의 첫 주처럼,

베를린에 올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으로 시작했던 5월 마지막날의 구름 가득 꼈던 아침.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독일에서 보냈던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들 가운데 햇살 가득했던 나날들처럼

오전부터 날씨가 풀려서 집 안 구석구석 햇빛 들어오던 오늘.

안정감과 평안함에 흘러갔던 5월의 남은 날들처럼, 여유 있게 햇살 가득 받은 산책길.


이제 내일이면 6이라는 숫자로 하루가 시작되는데,

간절함이 부족했던 5월을 돌아보면서 다가오는 달은 어떤 마음으로 통과하게 될지를 상상해 보고

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길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마음은 원하길 평안하고 싶다 하지만 머리는 말하길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이 있으니, 그때가 오기 전까지 조금 더 나를 채찍질해주길. 하는 이 마음은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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