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78일 차, 20200603
개복치의 마음은 하루가 지난다고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몇 날 며칠은 지나야 조금 무뎌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가도 아무 일도 없는데 혼자 만의 상상으로 다시 마음이 조그라 든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이제 다 회복한 척 아무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지만
혼자만의 상상만으로 조그라드는 마음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어떨지, 저렇게 전개되면 어떨지,
예전 비슷한 일은 이렇게 진행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지 혹은 또 다르게 펼쳐질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비슷한 과거와 수없이 비교하며 걱정하기에
눈앞에 나타나는 글자가 어떤 내용인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차분해지고 사리 판단이 쉽게 되고 걱정이 줄어들 줄 알았건만,
속은 반대로 겁이 더 많아지고, 겉은 되려 태연한 척하게 된다.
괜찮다 괜찮다 다짐하는 시간 속에서, 정말 언제쯤 괜찮아질 것인지 한탄하는 와중에
위로받을 곳 어디인지 진정으로 찾게 된다.
내 마음에 드는 생각에는 평안이 없다. 확신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확실하지 않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불확실해지는 내 마음속 모습들에 스스로의 감정을 멀리하고자 하지만,
이마저도 파악하지 못하면 자기 방임이라 생각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 위로받을 곳은 어디인가.
엄마의 품 같은 그곳을 찾는다.
끊임없이. 하나 이 생에 그런 곳이 다시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