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81일 차, 20200606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는 유럽의 여름날에는 암막커튼이 있지 않는 이상 늦잠 자기가 쉽지 않다.
눈꺼풀 위로 느껴지는 햇살 기운에 어렴풋이 정신을 차려 시계를 보면 아직 아침 4시 반.
짜증이 확 올라온다. 아니 오늘은 토요일이고 아직 6-7시간은 더 잘 수 있는데 4시 반에 햇살로 눈이 떠지는 게 말이나 되는가.
가치관마다 다르겠지만, 주말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나에게는 굉장히 억울한 일이다.
아무리 재택근무라고 할지라도 평일에는 매일 부지런히 일어나기에, 늦잠이 삶의 일부인 나에게 주말은 늦잠을 자기 위해 마음먹고 자는 시간이다.
그래서 햇빛으로 새벽에 깨는 일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다시 어렵게 잠을 청한다. 느지막이 다시 눈을 열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기다려온 주말이지만 막상 할 일은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
어제 남은 음식을 데워먹거나, 음식조차 귀찮아서 게으르게 보내는 일.
한가하게 차를 여러 번 내려 마시는 일. 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는 일.
그리고 내일은 부모님과 통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
식사는 특정 시간이 아니라 배고플 때 대충 챙겨 먹는 일.
보고 싶었던 책을 한 4장 정도 읽다가 한량없이 인스타그램에 엄지를 문지르는 일.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 6월 첫 토요일에
한 것들을 막상 적어보니 말 끝마다 일이라는 단어를 붙였다는 것.
이런..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살펴보니 모든 것이 일이었던 것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면, 죽음만이 답인 것인가. 죽음은 아직 두렵고 무서우니 수면만이 답인 것인가.
인간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일 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