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코로나 일기 86일 차, 20200611
어둑한 밤에 형광등이 선사하는 포근함을 덮고 약간의 찬기운 코 끝에 느끼며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서 후라이팬에 갓 만든 김치볶음밥 앞에서
형보다 더 먹겠다고 혈안이 되어서 열심히 수저질을 하던 때가,
단출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그 분위기와 맛이 문득 그립다.
아버지 출근이 늦어질 때면 묵은 반찬, 나물 그리고 밥 꺼내서 볶음밥 비빔밥을 만들어 주시던 엄마.
당시만 해도 우리 집에서는 흔하게 허락되지 않던 계란 후라이 한 두 개 들어가면
엄마 특제 볶음밥 혹은 비빔밥 완성이다.
무슨 재료를 넣든지 김치맛만 나길래 항상 육가공품을 넣어달라고 땡깡 부리던 나.
엄마 소시지 좀 넣자~ 고기는 왜 없어?
독일의 여름날 밤 9시가 넘도록 빛이 들어오는 방에서는
어두운 밤에 전등빛이 선사하는 그런 포근함이 그립다.
도란도란 사소한 이야기 나누며 엄마의 보살핌 아래서 한없이 안정을 느끼던 그 시절
아무리 어둡고 무서운 밤이라도, 엄마가 있고 엄마가 차려준 저녁밥이 있다면
그 어떤 두려움과 어려움이 비켜나가던 그 시절, 그 포근함이 그립다.
아직 어둡지 않기 때문일까, 엄마의 포근함이 찾아오지 않는 것은.
닳고 닳은 면 이불의 부드러움보다 더욱 부드러운 엄마 품,
유럽의 최신식 라텍스 베개보다 더욱 편안한 엄마 무릎베개.
아직도 찾아오지 않는 어두움에 전등불을 킬 수 없다면,
어서 빨리 보내주시오 그 어두움. 우리 엄마 좀 빨리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