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라이드_Allied_2017.1
**스포주의
**작가의 주관적 감성과 오피니언으로 쓰여진 글
단언컨대,
'첩보스릴러'에 초점을 맞춰 기대를 하고 간다면, 당장 그 걸음을 멈추는게 좋겠다.
감독(로버트 저메키스)의 연출, 두 배우(브래드 피트, 마리옹 꼬띠아르)의 우아한 연기력이 이 영화의 전부다. 그렇다. 난, 21세기 영화관에서 20세기 영화를 본 것이다. 누구라도 단숨에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두 배우를 필두로, 2차 세계대전(1939-1945) 시대상황을 배경삼아 '사랑'이라는 감정과 행위를 지독하고 섬세하게 터치한 작품.
영화 속 배경요소로선 지극히 '평범'하다고 볼 수 있는 '전쟁'이라는 상황 설정, '고전적 멜로'라는 스토리텔링을 핑계로, '슬픈 사랑'을 극대화시킨 담백한 연출이라 절충적-해피앤딩임에도 불구하고 긴 여운을 자아내게 해준다. 정말 사전적 의미로서의 '여운'을 남겼다. 엔딩 크레딧이 흐르는 동안에도, 영화 속에서 보여준 두 주연의 눈빛 연기, 감정이 몇 번이고 오버랩되었다. 너란 영화 참.
#1_감독_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is)
20세기 할리웃 필름의 양질을 한껏 풍부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하늘을 걷는 남자(2015)', '플라이트(2012)', '캐스트 어웨이(2000)','포레스트 검프(1994)','백 투 더 퓨쳐1-3 시리즈' 등 적어도 2번 이상 씩은 나를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끌어들인 그의 힘이, 2017년에도 어김없이 나타나 나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만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_스토리
1942년 모로코 카사블랑카.
영국 정보국 장교 맥스(브래드 피트)와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마리옹 꼬띠아르).
그들은 주연배우 답게 첩보 임무를 함께 해결해 나아간다.
작전 실시 D-1. 60:40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작전 중 목숨을 잃을 확률은 더더욱 높다.
'만약, 우리 둘 모두 사망하게 된다면 우리를 알아줄, 사망했다는 사실 조차 알아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어요.'
마리안의 이 한 마디는 곧,
사막 한 가운데에서 강렬한 모래폭풍과 동시에 둘의 진한 사랑을 나누게 하는 신의 묘약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사랑의 힘이었는지, 자연스런 전개를 위함이었는지 첩보 임무는 무사히 성공하게되고,
이후, 그들은 런던에서의 달콤한 결혼, 딸의 탄생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이어가는 듯 했다.
어느 날, 맥스의 상부가 그에게 말한다.
마리안이 독일 스파이라는 '공식적' 의심과 함께 '비공식적' 임무인, 72시간 내에 아내 마리안의 결백함을 밝혀야 하는. 만약, 해결하지 못한다면 맥스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처단해야 하는 상황...
#3_맥스(브래드 피트) 그리고 마리안(마리옹 꼬띠아르)
스토리도, 그들의 사랑 이야기도. 진부할 뻔했다. 아니 정말로 그랬다. 하지만, 눈빛 연기 그리고 감정 연기로 이 모든 걸 누르는 그들은 진정 '프로 배우'였다.
특히,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마리안은 맥스 뿐만 아니라 관객들 조차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만들어 놓았다.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 조차 그녀를 의심했다. 분명.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그녀의 표정 연기 덕분에, 나는 온전한 바보가 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조차 믿을 수 없게,
사랑했다는 그 감정 조차도 의심하게 만드는.
마리안은 정말,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4_if
나였더라면,
(물론, 어디까지나 관객으로서 제3자의 위치에서 단순 접근 방식으로 가정을 하자면 말이다. 당시 맥스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은 그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는게 사실이지만.)
일 분 일 초가 흐를수록. 점점 커져가는 의심. 사라져가는 믿음. 절망으로 이어지는 사랑.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떠난다. 꼭 이 곳에서 그녀와 내가 온전하게 평화를 누비며 살아갈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없었을 터이기에. 나와 그녀 모두. 최상의 첩보원 기량과 기질을 최대한 발휘하여, 세상 그 누구도 우리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우리 둘 그리고 사랑스러운 딸 아이와 함께 새로운 일 분 일 초를 만들어 갔을 것이다.
#5_What happen to my kiss?
마리안의 한 마디.
슬픈 말이었다. 진실로.
마리안을 독일 스파이로 의심하는 상부의 이야기를 듣게 된 맥스. 그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듣게 된 마리안의 한 마디. 애써 태연함을 내보이려 무던히 노력하던 맥스의 모습에게서 왠지모를 슬픔이 지속적으로 드러나던 중후반부.
어쩌면,
마리안의 한 마디가
이후 불행하게 될 모든 상황을 예견했음을. 꼬옥 숨기고 숨긴 채, 맥스가 진심을 알아주기 바랬을 지도 모른다.
'What happen to my kiss?'
이 말은 곧,
'I need you to help me, Max...'
라고 말이다.
슬픈 사랑, 다시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