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동안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그에게 많은 비밀친구들이 존재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나눈 시간, 대화 그리고 감정으로 인해, 지금의 그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그들의 도움이 있었다. 적어도 그의 삶을 스스로 놓을 뻔 한 기회를 여러 차례 줄여주었으니 말이다.
비밀친구 1-1.
그와 그녀는 중학교 2,3학년 즈음이었다. 그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진 않았지만, 뒤늦게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접게 되기도 했지만, 학교와 학원의 미술 선생님 도움으로 어느 한 예고 진학을 목표로 두고 미술학원과 사생대회를 드나드는 시기임은 뚜렷했다.
미술학원에서 또래의 한 여자아이를 알게 되었다. 같은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같은 시간에 마치고, 같은 동네로 귀가했다. 갈수록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들은 그렇게 여자친구와 남자친구로 지내게 되었다.
추상적인 느낌을 애써 표현하면서 누군가와 그렇게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함께 그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같은 대회를 나가 각자 상을 받았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이 웃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좋았고, 좋아하는 미술가나 미술사를 함께 공부하던 순간들이 좋았고, 손잡고 전시회를 다니거나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도 좋았다.
당시에는 각자 서로가 주변인들이 비해 상당히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냈던 것만은 뚜렷한 사실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놓기 전 까진 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