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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비밀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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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is Mar 09. 2017

#002 비밀친구

당시에는 각자 서로가 주변인들이 비해 상당히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냈던 것만은 뚜렷한 사실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놓기 전 까진 말이다. 




비밀친구 1-2.


그는


여자친구 아버지의 입을 통해 그녀가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릴 수도 있었는데, 그때의 그는 너무 작고, 좁고, 어렸다.


그는


사람을 잘 알지 못했다. 좋아하는 감정을 잘 다스릴 줄도 몰랐다. 여자를 잘 몰랐다. 그랬다. 백혈병. 두 귀를 의심했지만, 분명 생에 처음 듣게 된 단어였다. 해로운 그것을 지니고 살아가는 한 여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는


점점 더 그녀를 좋아했고, 그녀는 점점 더 그를 놓았다. 허례허식 집단에 속하는 따위의 얕은 배려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그녀의 진심이 묻은 배려를 선물 받았음에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당연했다.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 원망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잊혀지지 않을 추억의 시간과 장소에서 그는 잠시 시간을 멈춘 채, 그다음의 일 분 일 초를 조용히 맞이하게 되었다.


그때의 그는


계속 거기서 지내야만 했다. 공교롭게도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는 날, 비가 내렸다. 짙은 회색빛 물방울을 뚫린 구름 사이사이로 토해내듯. 그렇게 그는 마구 토해냈다.

     

비밀친구 1-3.


그녀.


아버지와 어린 딸은 성향이 참 여러모로 맞지 않았다. 마치 어렸을 적 그가 어머니와의 성향이 참 맞지 않았던 때처럼. 하지만, 그 와중에 고맙게도 그녀는 아버지에게 남자친구 이야기를 몇 번씩 건넸던 것 같다. 아버지가 아닌 또 다른 남자를 난생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


가볍게 시작한 감정이 점점 더 가혹한 감정으로 옮겨가며 심각한 우울증세까지 이어졌다는 것. 치료를 받고 입원을 하는 동안엔 결코 그를 만나지 않겠다며 침대에 자신의 몸을 묶어 달라며 아버지에게 애원했던 것. 어느 날 그에겐, 잠시 아버지와 여행을 다녀오니 이후에 보자며 마지막 아닌 마지막 인사를 건네던 시간-아버지와 딸은 이미 암묵적인 동의와 어느 정도 갖춰진 수순을 밟으며-그와의 이별 절차를 진행했던 것. 그가 끝끝내 그 사실을 모르길 바랬다는 것. 좋은 기억과 감정만 갖고 자기만 조용히 사라져 주면 된다며 아버지 입단속을 시켰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을, 그 날 그녀의 아버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를 보고싶다, 좋아한다, 그립다, 함께 있고 싶다 라는 감정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아이러닉 하게도 더욱 외로움과 아픔이라는 감정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온도를 측정할 수 없으리만큼 심장이 뜨거워졌다. 아니,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에 가까워졌다. 아니, 차라리 그냥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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