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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Mar 16. 2019

용서받지 못한(못할) 자

영화 <라스트 미션>

출처 : 영화 <라스트 미션>

감독과 주연을 모두 도맡아 하는 배우는 드뭅니다. 좋은 예라면 <오리엔트 특급살인>이나 <스타 이즈 본> 정도이겠네요. 그리고 여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배우)가 있는데, 무려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과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감독입니다. 몇 편의 영화들로 엄청난 수상(아카데미 감독상까지) 받기도 했고요. 오늘은 그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마지막 연출작'이라고 밝힌 <라스트 미션>을 보고 왔습니다.


<라스트 미션>의 큰 줄기는 가족, 덧붙인 살은 범죄입니다. 사실 알게모르게 저지른 범죄도 가족과 자신을 위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죠. 가끔 의미없이 섞인 애정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라스트 미션>은 베테랑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스피디하게 극을 이끌었던 <분노의 질주>, <베이비 드라이버>와는 아예 다른, 느리고 조용한 분위기를 타는 영화인데요. 범죄물의 조여오는 분위기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유려한 연출 솜씨로 장소를 넘나드는 연출을 보여 줍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뺑반> 이하 등등..을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습니다.


코드도 괜찮습니다. 미소짓게 하는 소소한 유머코드부터 결국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루어지는 감동코드까지. 사실 모두 전형적인 플롯들이지만 감독의 연출(<설리>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를 커버하기엔 끄떡없습니다)로 평균까지 끌어올린 것이죠. '희생' '사랑' '가족'이라는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핑계 때문에 얼이 하는 행동은 상당 부분 정당화되고, 그 덕에 몰입감과 위기감도 점점 고조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연출은 연출. 뒤에 숨은 대사의 단점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영화는 인생의 교훈이 담긴 대사들을 후반이 되자 마구 쏟아내는데, 잔잔하고 쓸쓸한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내다 버린(..) 격입니다. 안 그래도 지루함이 몰려오던 전개 방식에 긴 교훈이 담긴 대사가 가미되니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하죠. 깊은 고독과 지독한 회한이 내려앉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배우의 연기가 아까울 정도로 전달방식이 안이합니다. 차라리 마약운반의 이야기를 조금 더(어떤 방법이라도 써서) 늘려 천천히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뜯어보면 상당히 단조로운 각본에 명배우의 연기가 더해져 배우의 한 마디 한 마디와 연기력이 더욱 빛나는 작품이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미스터 스마일>과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데, 아예 분위기가 다르니 이렇다 할 비교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두 작품 다 아쉬운 점도 분명했고 좋았던 점도 분명했던 영화였으니까요. <라스트 미션> 또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마지막 영화로는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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