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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Mar 09. 2019

관크경보

영화 <더 길티(개봉미정)>

출처 : 영화 <더 길티>

국내에는 <개봉미정>이라는 가제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더 길티>를 개봉 전 만나보고 왔습니다. 벌써 '청각 스릴러' '<서치>에 싸대기를 날릴 영화' 등으로 입소문이 퍼지다가 직장을 걸었다는(?) 핫딜까지 성사되어 마침내 개봉까지 확정되었더군요. 요즘 <살인마 잭의 집> 이후 잘 찾아볼 수 없었던 덴마크 영화이고,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이 작품으로 데뷔라니 무서운 신예가 아닐까 싶네요.


'청각 스릴러'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더 길티>는 말 그대로 청각에 집중합니다. 사건의 발단도, 전개도, 마무리까지도 휴대폰이나 헤드폰으로 이루어지죠. 다른 부분은 몰라도 연출과 소재의 활용은 영리하게 보입니다. 한 사람과 한 장소를 중심으로 한 영화인데도 끝까지, 뚝심 있게 인물과 사건을 파헤지는 모습도 보이고요. 시점이나 장소가 바뀌지 않으니 영화의 키포인트인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어떤 사건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전부 청각에 의존한 상상으로만 표현하려니 가끔 벅차기는 하지만 청각적 상상력과 호기심을 키우기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치>에 이어 이번에도) 배경과 장소, 등장인물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연기는 빛납니다. 극의 중간이나 막판에 있었던 짧은 침묵. 그 사이에서 주인공의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이런 장르의 영화는 인물의 말, 행동, 표정, 눈빛이 감정을 설명하기 때문에 인물의 연기가 제일 중요한데, 역시나 잘 해냈더군요. 상상력을 돋보이게 하는 표정연기는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영화도 장르적 한계에 봉착합니다. 사실상 추리라고 해도 청각에 의존한 상상뿐이라, 더 이상 상상으로는 영화를 전개시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죠. 그 고비가 다가옴과 동시에 피로가 몰려오고야 맙니다. <서치>가 한계를 발판 삼아 더 나아가 장르적 변주를 꾀했다면, <더 길티>는 거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90분 가까운 시간을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긴장감을 형성하려는 장면들을 듣고 보아도 이렇다 할 감흥이 느껴지지를 않게 되고요. 영화에서 지루함이 느껴지다 보니 마지막 반전도 그렇게 섬뜩하거나 신기하게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선입견이라는 장벽을 반전으로 소화한 각본이나 한 공간을 영리하게 이용한 연출이나 뛰어남은 분명합니다. 다만 영화의 톤에 더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들게 되는군요. 끝까지 가는 뚝심있는 연출도 좋지만, 중간중간 시각화된 장면들도(어쩔 수 없이) 조금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한 마디 더 붙이자면, 영화는 '청각'스릴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듣는 것이 제일 중요하구요. 이 영화가 올해 중 개봉 예정이라는데, 만약 정식 개봉 후 관람하러 가신다면 음식물 섭취는 자제해주시는 게 나을 듯 합니다.. 실제로 영화 중에는 큰 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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