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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Mar 09. 2019

막판에 내놓는 서막

영화 <캡틴 마블>

출처 : 영화 <캡틴 마블>

개봉 전부터 먼지가 된 닉 퓨리, 다른 방식으로 먼지가 된(?) 로난, 아예 목이 부러진 코라스 등의 귀환 등 좋은 주제로, 또 추모 SNS 글 논란, 미스 캐스팅, 인성 논란, 예고편 속 이런저런 논란까지 좋지 않은 주제로 이래저래 최-고로 핫해져 개봉한 <캡틴 마블>입니다. 여러 부분에서 논란은 많았지만 좋은 시사회 평들로 마블이 <캡틴 마블>을 살릴 것이라는 희망은 어느새 기대가 되어 영화는 개봉을 맞이했죠.


사실 캡틴 마블은 마블 오리진이나 다름없습니다. 심지어 어벤져스의 최고령자인 캡틴 아메리카 이전의 인물이죠. 그렇기에 어쩌면 한땀한땀 쌓아온 마블의 시발점이나 다름없는 캡틴 마블의 캐릭터 파워는 앞으로의 영화에서나 이전의 영화에서나 크게 중요한 연결고리의 역할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캡틴 마블의 밸런스이구요. 페이즈3에 갑자기 들어온 한 캐릭터의 이야기인만큼 캡틴 마블의 힘도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맨 참사(?)처럼 과장되고 너무 세지도, <판타스틱4>처럼 너무 약해지지도 말아야 했구요.


우연과 필연이 겹쳐 전개되는 사건들 속에서 힘을 나타내는 캡틴 마블은 타노스의 대적 상대로 손꼽히는 캐릭터입니다. 영화 시리즈 흐름 상 가장 위험하고 센 빌런에 맞설 새 히어로가 캡틴 마블인 것이죠. 하지만 <캡틴 마블>의 캐릭터나 이야기는 지나치게 평면적이었습니다. 영화가 히어로의 과거를 설명하든 미래를 설명하든 파워를 보여주든 어느 정도의 기승전결이 따라야 하는데, 겉만 삐까뻔쩍하지 안은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마저의 볼거리도 이미 마블이 수없이 반복했던 것들이라 슬슬 지루해지죠. 유일하게 호기심을 유발했던 크리족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파생된 캐릭터에 불과했고, 로난과 코라스 등 반가움을 자아내는 캐릭터들도 카메오 수준의 1차원적 생각을 합니다.


고뇌와 번뇌 속 끝내 자신의 힘을 깨달았던 아이언맨, 캡틴과는 아예 다릅니다. 힘에 대한 진지한 생각은 어디가고 엉성한 유머와 허술한 플롯, 어정쩡한 화술만 겉돌죠. 자기성찰을 통해 자각되었어야 할 힘도 사연을 통한 분노, 동정, 슬픔 등의 원초적인 감정들로 인해 자각되고, 마침내 크리, 멤버들 등 1차원적 캐릭터들로 인해 캡틴 마블마저 그저 그런 캐릭터가 됩니다. 애초에 힘의 완급조절에 실패했으니 분위기나 톤의 형성은 기대조차 하지 말아야 했고요. 배경은 가오갤, 이야기는 아이언맨3에 가까운데, 그 사이에 어정쩡하게 섞여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적재적소에 파고들지 못합니다. 여운과 감흥을 둘째쳐도 영화의 지루함과 피곤함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죠. 작게는 지구의 운명, 크게는 한 페이즈나 한 종족의 운명을 결정지을 역할을 할 캡틴 마블이 이렇게 다뤄져도 되나?라는 생각마저 들구요. 한 캐릭터의 오리진이 되었어야 할 솔로 무비가 징검다리 역할도 제대로 못하니 그런 생각이 들 만도 합니다. 사실 <어벤져스 : 엔드게임>과의 연결고리라 해도 캡틴마블이 준 송신기와 닉 퓨리, 쿠키영상의 잠깐 등장밖에 없게 되죠. 갑자기 마무리지으려다가 '아! 까먹었다!'하고 뒤늦게 넣은 느낌입니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난 전우 때문에 이 눈을 잃었네'라며 장엄하게 예고했던 닉 퓨리 한쪽 눈의 비밀이 밝혀질 때는 실실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이미지와 캐릭터의 파워를 각인시키기도 어려운 시간 안에 이외의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집어넣으려니 상당히 난감해진 거죠. 결국 마지막에 떡밥을 전부 뿌리고 회수함을 반복한 덕(?)에 <캡틴 마블>은 떡밥 회수와 연결고리 역할의 영화로서의 가치 빼고는 '아무것도 아닌' 마블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주변의 수많은 비난들을 보고도 나름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말이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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