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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Mar 02. 2019

왠지 모를 씁쓸함

영화 <바이스>

출처 : 영화 <바이스>

4월 정식 개봉 예정인 <바이스>를 아카데미 프리미어로 미리 만나보고 왔습니다. 사실 <빅 쇼트> 감독, 에이미 아담스, 저 머리 희끗한 주인공이 놀랍게도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것으로 이미 <바이스>는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황이라, 굳이 영화에 대해 깊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토마토미터는 66%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호기심도 생기고 궁금한 점도 많아서 아카데미 프리미어로 관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바이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마치 딕 체니를 대놓고 까기(?)라도 하듯이 풍자를 끝없이 내놓습니다. 놀랍게도 한 인물의 전기를 맡아 제작한 영화이지만, 주인공과 주변의 공화당 인물들에 대해 반론하고 반박하기를 서슴지 않죠. 영화가 풍자를 내놓는 방식도 상당히 영리합니다. 말과 언변으로 평범하게 빗대지 않고, 빗대는 대상에 관한 영상과 사진을 직접 보여주며 재치와 생생함을 더합니다. 정치 전략과 승진 전략을 설명하는 장면이 수없이 등장하는데도 영화는 그에 맞춰 영리하게 되받아치고, 그에 맞춰 재치있는 연출을 더해 장면을 되새기게 만듭니다.


<바이스>에서는 상황을 설명하는 제3자, 전직 대통령들과 부통령들, 심지어 미합중국의 현직 대통령(!!!)까지 풍자의 대상이 됩니다. 딕 체니와 조금이라도 연관있는 상황과 인물들은 전부 희생양(?)이 되고야 말죠. 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의 이야기인데도 말이죠. 확실히 아담 맥케이 감독은 풍자와 재치 있는 연출에 탁월한 감각이 있습니다.


딕 체니가 은퇴한다는 내용의 인터뷰가 나오고, 딕 체니는 마치 자신이 영웅이나 된 듯, 잘한 일을 한 듯 적반하장으로 관객들에게 되묻습니다. '당신들이 뽑은 사람 아닌가?' 사실 <바이스>는 풍자의 의미가 대부분이지만 그 안에는 (물론 우리나라도 피해갈 수 없는) 비선실세와 많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발생시킨 권력의 오남용에 대한 메세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결말의 확고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수많은 상황을 재치있게 넘겼던 것이죠.


진지함과 재미, 심지어 '진기함'까지 담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어느 때의 상황이 오버랩되기도 하죠. 그냥 웃기고 담백하게 넘어가는 유머들에도, 완전히 재치를 중점으로 둔 듯한 쿠키영상에도 자신의 신념이 다르면 무조건 서로 헐뜯고 물어뜯기 시작하는 그 당시의 미국과 지금, 여기, 우리나라의 시대상도 담겨 있습니다. 분명 관람할 때에는 깔깔깔 신나게 웃었는데 곱씹어보니 씁쓸하네요. 어쩌면 이 영화는 미국보다 우리나라의 상황에 더 어울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판 속 신념과 생각이 다르다고 싸우는 것이 미국만의 문제인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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