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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Mar 02. 2019

흑백의 연출과 오색의 연기

영화 <더 와이프>

출처 : 영화 <더 와이프>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글렌 클로즈 주연 <더 와이프>를 오늘에서야 만나보고 왔습니다. 스웨덴에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나가던 비욘 룬게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글렌 클로즈와 마찬가지로 베테랑 배우인 조나단 프라이스가 그녀의 남편 역을 맡았구요. 깐깐하기 그지없는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여배우 글렌 클로즈의 주연작이기 때문에 연기와 영화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관람했습니다.


각본은 의외로 평이합니다. 에피소드 집어넣듯 불필요한 장면을 몇몇 집어넣어 시선을 분산시키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꽤나 단순하죠. 게다가 충분히 긴장감과 생동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안이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조안이 조셉에게 글에 대해 지적하던 단점을 영화가 그대로 가져갑니다) 서서히 조여오는 긴장감을 조성하기는 커녕 그 과정을 단조롭게 구성하기에 그치는 모습이구요. 영화는 초중반에 불안하게 흔들리다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균형추가 될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균형을 잡는 것은 연기입니다.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잡아 표정으로 연기하는 글렌 클로즈의 연기, 세세한 감정을 자세하게 표현하는 조나단 프라이스의 연기가 어느 정도 이야기의 중심을 잡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지나치게 심한 주인공과 완급조절에 실패한 상황의 연결고리를 탁월한 연기로 다시 하나하나 조립해나가죠. 그렇게 글렌 클로즈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연기는 상당히 단순한 각본을 예술작품으로 조각해 나갑니다.


클라이맥스가 되고 남편의 태도는 오만함의 끝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조안도 그동안의 서러움과 분노를 표출하며 크게 싸우죠. 그리고 우연과 필연이 겹친 결말이 완성됩니다. 사실 이 영화의 결말은 갑자기 마무리되는 듯하기도 한데요. 아마 여기서 더 나가면 이야기의 맥이 수없이 뻗어나갈 것 같아 이야기를 어느 정도에서 자른 것 같기도 합니다. 조앤의 선택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암시도 잊지 않고 남겼고요. 물론 툭. 끊긴 것 같은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남지만 논할 바 없이 깔끔이 영화를 마무리지은 것 같아서 오히려 괜찮은 듯한 결말입니다.


단언컨대, 글렌 클로즈입니다. 글렌 클로즈라는 배우가 조앤 역을 맡지 않았다면 사실상 이 영화는 그냥 묻혔을 것 같기도 하네요. 섬세한 감정 연기를 잘 소화한 덕에 자칫하면 평면적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던 '조앤'이 훨씬 매력적인 인물이 되었죠. 사실상 평범하디 평범한 클리셰에 불과했던 장면들도 그녀 덕에 생동감 있게 재현되었습니다. 만약 <더 와이프>가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둔다면 이는 온전히 글렌 클로즈의 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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