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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Mar 02. 2019

뜨거운 열정과 굳건한 의지로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

출처 :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

<자전차왕 엄복동>(...)과 함께 3.1절 100주년에 맞추어 개봉한 <항거 : 유관순 이야기>입니다. 독특하게 만세운동의 전개나 희생을 그리기보다는 그 후의 1년을 담아냈는데, 아무래도 이 과정에서는 신파가 많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아 좋았네요. 또한 <더 킹> 이후 좀처럼 영화 필모그래피가 없던 고아성 배우의 연기도 오래간만에 볼 수 있었고요. 흑백영화로 제작된다고 하기에 <동주>의 느낌도 가져갈까 기대했습니다.


영화는 감성보다는 사실에 집중합니다. 영화의 대부분을 흑백으로 찍었는데도 인물의 고통과 고독을 오롯이 담아내려 노력하죠. 고아성 배우의 연기와 흑백영화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가 영화의 사실감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영화는 '유관순'이라는 대담함과 담담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을 최대한 신파 없이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루함이 어쩔 수 없이 작용하게 됩니다. 사실상 유관순 열사와 대척점에 있었던 니시다와의 대면과 대화도 신선하지만 영화적 흥미까지 살릴 정도로 영리하지는 못합니다. 어느 순간 피곤함을 느끼게 되죠.


<동주>의 흑백과 <항거 : 유관순 이야기>의 흑백은 같은 듯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항거>의 경우 흑백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와 인물의 감정을 살리기에는 유리했지만, 뜨거운 의지와 열정을 포함하기엔 너무 차가운 흑백이죠. 과거의 이야기에는 컬러를 사용했는데, 감옥 속에서 만세를 부르던 그 장면에서도 음악이 아닌 컬러로 그 열정을 표현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간적 부분의 표현이나 인물의 표현에서나 한계가 느껴집니다. 단조롭게 표현될 수 밖에 없는 감옥의 생활과 어쩔 수 없는 지루함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키워가죠. 또 유관순 열사라는 한 인물을 전부 설명하기도 힘든데, 그 방의 모든 분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에는 너무 벅찹니다. 유관순 열사, 이웃집 아주머니, 기생 출신의 수감자 등 몇몇 사람들의 설명만이 이루어지죠. 소재적 한계와 표현의 한계가 맞물려 좋지 않은 시너지를 냅니다.


제작비, 장소, 표현, 소재 등 여러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더 아쉬운 작품이고요. 더 많은 장소와 제작비, 더 좋은 연출이 있었다면 훨씬 나은 작품이 나왔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 한계를 느끼고도 꾸준히 나아가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신파 등 자극적인 요소들도 전혀 첨가하지 않았고요. 담백하고 담담하지만 지나치게 무게를 잡지 않아 좋았습니다. 저에겐 <말모이>보다 더 의미있는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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