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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Mar 02. 2019

어쩌다 이렇게까지

영화 <어쩌다, 결혼>

출처 : 영화 <어쩌다, 결혼>

<자전차왕 엄복동>, <항거 : 유관순 이야기>와 함께 27일 개봉해 삼일절 시즌을 노린 듯한 <어쩌다, 결혼>입니다. 최근 <신과함께> 시리즈로 확 달아올랐던 배우 김동욱과 배우 고성희가 주연을 맡았고, <허삼관>의 박호찬 감독과 박수진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았군요. 사실 '요즘 것들의 비즈니스' '딱 척만 하자구요 척'이라는 카피문구를 보자마자 어쩐지 수상했던 걸 예상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쩌다, 결혼>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임이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썸과 잔재미에 수많은 투자를 해야 성공할 수 있죠. 다만, 잔재미와 흥미는 있어도 개연성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합니다. 이 영화의 경우에는, 그저 한바탕의 소동극에 불과하지만요. 위장결혼을 선택한다는 이유부터 가까스로 이어나가던 이야기의 맥을 툭 끊어버리는 난잡한 막판까지. 캐릭터도 이야기에도 일관성이란 게 없습니다. 그저 관계와 유대를 보기 좋게 꾸며놓고 그 가운데에서 의미없이 주고받고하는 대사와 행동들에 불과합니다. 연결고리라는게 아예 존재하지 않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의도가 훤히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괴롭도록 오글거립니다. 담백하게 웃고 넘어가야 했던 사소한 웃음거리들은 과장되고 부풀려져 불편함을 낳죠. 질질 끌고 엉성하게 마무리짓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이 영화에서 피식 웃고 넘어가 주어야 할 수준입니다. 분명 장르는 로맨스와 코미디의 결합인데,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여기 저기 건드리고 다니다가 이렇게 부르기도 저렇게 부르기도 애매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세련되어 보이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하나의 난장판에 불과합니다.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흑역사담이 되고, 위장결혼의 계기는 엉성함이 되죠. 막판은 대막장의 교본과도 같은 <완벽한 타인>(물론 그 수준이라는 건 아닙니다)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그 어떤 논리도 없이 받아들이라 소리칩니다. 반복되는 플롯과 질질 끄는 이야기가 합쳐져 마침내(로맨틱 코미디에겐 사형 선고와도 같은) 지루함이 몰려오게 되죠. 그나마 볼만한 휘황찬란 카메오들도 독이 됩니다. 그마저도 반짝 카메오에 집중하다 보면 그나마 집중하던 이야기도 생각에서 사라지게 되고요.


이래저래 혼란스럽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감당하기도 힘든데 불필요한 관계가 너무 많고, 얼키고 설켜 뭐 하나 제대로인게 없습니다. 빛나는 카메오들이 독이 되어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캐릭터를 장악하지 못하죠. 그러다 효용가치가 다한 캐릭터들, 카메오들도 우려먹는 지경에 이릅니다. 한마디로 (마침내) 더이상 이야기에 가능성이 없다는 걸 깨달았겠죠. 결국에는 삐까뻔쩍한 카메오 군단만 기억에 남고 이야기는 30분쯤 지나면 까먹게 됩니다. A급인 줄 알았는데 B급이었네요. 다만 궁금한 점이 있다면, cgv 아트하우스가 이 영화를 왜 배급했는지가 의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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