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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Feb 25. 2019

맞서 싸우며 나아가리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

출처 :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

3월 중 정식 개봉 예정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를 아카데미 특별전으로 만나보고 왔습니다. 로튼토마토 94%의 높은 스코어를 가지고 있네요. 원제는 <RBG>, 즉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이니셜인데 한국으로 수입되면서 제목을 풀네임으로 바꾼 것 같습니다. 보통은 원제를 따라가는데, 인물의 이름에다가 '나는 반대한다'라는 부제까지 붙이니 자세하지만 어쩐지 장황한 제목 같기도 합니다.


영화가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루는 방식은 상당히 영리합니다. 한 사람의 업적과 역사를, 그것도 대법관(!)의 역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죠. 시대를 넘나드는 조언과 여러 판례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재치있고 재미있게 묘사됩니다. 영화의 힙하고 트렌디한 편집과 흥미롭고 재미있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이 만나 크나큰 시너지를 발산하기도 하죠. 결말 즈음이 되면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별칭이 입에 짝짝 달라붙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르적 신선함의 최고치입니다.


한 마디 한 마디는 현대 사회와 과거 사회의 문제점을 넘나들고, 영화는 무거운 부분도 유쾌하고 경쾌하게 묘사합니다. 다큐멘터리는 중반쯤 소재가 무거워 늘어지거나 템포가 느려지기 마련인데, 유쾌함과 진지함 속 무게추를 잘 잡은 듯 하네요. 또한 편견과 차별을 딛고 일어난 여성 대법관을 보는 시선은 경박하지도, 어느 쪽에 치우치지도, 히어로의 시선도 아닌 정직하고 올곧은 시선이었습니다.


대법관의 일대기를 다뤘음에도 템포가 급박하지도, 느리지도 않습니다. 영화의 서사에 알맞는 템포를 찾아 그대로 영화가 흘러갑니다.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유지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 것이죠. '남성의 육아휴직', '월급의 차이' 등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의 재판들을 내세우는데도 재미, 감동, 슬픔 등의 감정들보다 사건과 차별, 혁신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시대가 바뀌어도 꾸준히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어왔던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어느새 존경하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바라보니 메세지의 전달도 확실히 강력해진 느낌이죠. 시간과 트렌드를 넘어 시대의 아이콘이 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영화는 그녀를 영웅으로 추대하지 않고 한 인간으로써의 그녀 또한 비중있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즐길 수 있는 다큐멘터리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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